'車 소비도 양극화'…비쌀수록 잘 팔린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지난해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자동차의 국내 판매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준중형 이하 차량의 판매는 떨어지고, 고가의 수입차가 잘 팔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1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억원을 넘는 수입차가 전년보다 10.5% 증가한 2만6314대가 판매됐다. 사상 최다 판매로 지난해 판매된 수입차 10대 중 1대의 가격이 1억원을 넘었다.

특히 1억5000만원 이상의 수입차는 지난해 처음으로 1만대 이상 팔렸다. 전년 대비 판매량이 23.2%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 시장이 26만705대로 11.8%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율이 두 배 가까이 된다.

메르세데스-벤츠에서만 1억5000억원 이상 차량이 6370대 팔렸다. 공식 집계되지 않았지만 고급 스포츠카인 페라리는 1년 사이 국내에 등록된 차량이 100대 이상 늘었다. 페라리는 보통 판매가격이 3억원을 넘어선다.

반면 국산차 중 판매가격이 가장 높은 현대차 제네시스 ‘G90’(EQ 900)은 판매량이 21.1% 급감한 9709대에 그쳤다. 2015년 말 ‘EQ 900’ 출시된 이후 처음으로 1만대가 깨졌다. 판매 가격이 저렴한 국산 경차도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8.9% 줄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수요에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소득 양극화 심화로 준중형 이하 승용 비중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5년 24.9%에 달했던 준중형 이하 승용차 비중이 올해는 14.9%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UV(다목적스포츠차량)로 고객층이 이동한 것도 원인이지만 주요 고객층의 소비 여력이 떨어진 것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개인이 법인이나 사업자 명의로 고가 수입차를 구매하는 ‘무늬만 회사차’ 문제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16년 개인의 탈세를 막기 위해 업무용차량 관련 세법을 강화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법인에게 판매된 수입차 비중은 36.2%. 하지만 판매가격이 보통 1억원이 넘는 △마세라티(75.4%) △롤스로이스(91.9%) △벤틀리(79.1%)는 법인 비중이 수입차 평균의 2배를 넘어섰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팔린 11대 중 10대가 법인 명의였다. 포르쉐도 전형적인 스포츠카인 ‘911’ 차종을 구매한 고객 중 68.5%가 법인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고급 자동차 브랜드에게 한국은 이미 핵심 시장이 됐다”며 “고가의 수입차 경우 비쌀수록 잘 팔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