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정복의 꿈' 운에 도전하는 통계박사

박종호 브레인콘텐츠 연구소장

“한국 로또는 번호 하나가 나올 확률이 13.3%입니다. 다양한 통계 이론을 바탕으로 전 세계 로또의 패턴 분석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박종호 브레인콘텐츠 (2,750원 ▼85 -3.00%) 연구소장(47·사진)은 국내 1위 로또정보서비스 ‘로또리치’에서 각 나라의 복권 정보를 분석한다. 국가마다 다른 복권 추첨 방식과 당첨 번호를 바탕으로 분석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박 연구소장은 1996년 연세대학교 물리학과와 1998년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뒤 수입에만 의존하던 질량분석기 개발 등에 참여했다. 당시 어떤 프로젝트를 선택하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통계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2010년 호주 유학길에 올라 2017년 로열멜버른공과대학(RMT)에서 응용통계학 박사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스포츠 경기요소를 기반으로 한 승률 분석이다. 예를 들어 선수가 골을 넣은 시간이 최종 경기결과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가 박사 논문을 마무리할 때쯤 브레인콘텐츠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왔다. 하지만 로또 분석 제안은 고민이었다. 이론적으로 당첨 확률이 814만5060분의 1인 로또는 전 회차의 당첨 번호가 이번 회차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학적 관점에서도 로또 당첨 번호만 분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박 연구소장은 입사를 결정하기 전 박사 논문에서 적용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으로 로또 번호 분석을 시도했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반복 시행을 통해 확률을 추정해나가는 작업이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오히려 도전 욕구가 생겨났다고 한다.


그는 “분석에 실패하고 나니 오히려 의미 있는 패턴을 연구할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겼다”며 “로또에서 일정 번호가 많이 나오고 적게 나오는 경향이 있는 것을 보면서 ‘어떤 패턴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입사 이유를 밝혔다.

2017년 브레인콘텐츠에 합류한 박 연구소장은 스포츠 경기처럼 장기미출수, 출현빈도수 등 로또 당첨 번호의 상관관계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설정하고, 여기에 베이지안 이론 등 다양한 통계기법을 적용해 로또분석시스템(LSAA)을 만들었다. ‘추첨 번호를 제공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및 장치’ 등의 특허도 출원했다. 지난해 8월에는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복권시장인 미국의 파워볼과 메가밀리언을 분석한 애플리케이션 ‘로또피아(Lottopia)’를 출시했다.

박 연구소장은 올해 대만을 비롯해 호주, 베트남 등 해외 로또시장 진출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다양한 로또 추첨방식과 당첨 번호를 분석한 데이터가 쌓이면 보다 고도화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호주는 로또 방식이 6개이고, 베트남은 매주 3번 로또 추첨이 이뤄져 한국보다 훨씬 흥미롭다”며 “이미 호주와 베트남은 기존 추첨 번호를 바탕으로 1차 테스트을 해 자신감을 얻은 만큼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호 브레인콘텐츠 연구소장/사진=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