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허가제'가 동물복지 시작…"면적보다 환경이 중요"

20일 오전 대전동물원 입구에 시민들이 사살된 퓨마(호롱이) 사진액자와 추모 내용이 담긴 포스트잇을 붙였다. 최근 대전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당한 퓨마에 대해 네티즌들이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퓨마와 관련된 70개 이상의 청원이 올라왔다./사진=뉴스1(대전)

동물원 운영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5일 국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다. 지난해 9월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한 끝에 사살된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전시동물의 관리상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오후 국회에서 환경부, 사단법인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함께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관련 사안을 다뤘다.

이 의원은 "지난해 동물원·수족관법 개정 이후 국가가 동물원의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등 약간의 개선은 있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대전 오월드 동물원 퓨마 탈출 사건을 계기로 동물원의 미흡한 동물복지와 관람객 안전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크게 부상된 바 있다"며 "동물원 내 동물들의 복지와 관람객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적 관리를 논의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부에선 이호중 자연보존정책관이 참석해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축사를 전했다. 조 장관은 축사에서 "오늘날 동물원은 동물 전시하고 관람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체험하게 하는 장소"라며 "동물복지와 생명의 존엄을 고려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개정법안은 개정 초기부터 동물복지에 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동물보존, 공중보건, 생태계 관리 면에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토론회에선 동물원·수족관법과 관련 꾸준히 운동을 전개해온 이형주 어웨어 대표가 ‘전시동물 복지 실태와 개선을 위한 입법방향’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관련 조언을 계속해온 이항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가 ‘동물원 수족관 제도 개선 방안’을, 영국 환경부의 야생동물복지위원이기도 한 크리스 드레이퍼 본프리재단 대표가 ‘영국의 동물원 면허제와 검사관 제도’를 각각 발표했다.

이형주 대표는 “개정안을 통해 환경부와 해수부가 적절한 지침을 정해서 제공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 긍정적"이라면서도 "사육환경 및 관리에 관한 조항이 대단히 선언적인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제6조에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는 자는 보유 생물에 대하여 생물종의 특성에 맞는 영양분의 공급, 질병 치료 등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강제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맹수도 키울 수 있는 동물원을 등록제로 하는 것은 사회통념상으로도 맞지 않다"고도 했다.

이항 교수도 "동물복지 증진을 위해서는 단순 면적보다는 자연화, 풍부화된 환경이 중요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면적만 넓을 뿐 콘크리트 벽으로만 둘러쌓인 사육환경이라도 등록요건을 충족한다"며 "계량화하기 어렵지만 전문가는 검사할 수 있는 지표들이 있는 만큼 검사제를 도입할 여지가 있는 허가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본프리재단의 크리스 드레이퍼 대표도 “영국에서는 동물원허가법이 1981년 제정되어 1984년 발효됐다"며 “한국에서도 동물원에 대한 허가제와 검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앞선 발표들을 이어받았다.

이날 토론회엔 △윤익준 부경대 법학과 교수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 △이기원 사단법인 카자 사무국장 △정지윤 한국수족관발전협회 사무국장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 △명노헌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