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강국' 日 놀래킨 LG의 '롤러블'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전무·왼쪽에서 두번째), 팀 알레시 LG전자 미국법인 HE제품마케팅담당(왼쪽에서 세번째)이 세계 최초의 롤러블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로 수상한 CES 어워드 상패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오랜만에 보는 상식을 뒤집는 발명품."

15일 일본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5ch'(5채널·과거 2ch)에 LG전자 (92,200원 ▼600 -0.65%)가 올해 내놓은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롤러블 TV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화면이 돌돌 말리는 이 신제품에 '디스플레이 강국' 일본이 깜짝 놀랐다.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보면 LG의 기술력에 대한 시샘과 질투, 그리고 일본 디스플레이산업 퇴조에 대한 안타까움을 엿볼 수 있다.

"일본은 이제 안 되는구나.", "이건 일본업체가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한국은 접는 OLED를 만드는 시대인데 일본은 이제 겨우 OLED TV를 만든다고 하니 1바퀴는커녕 2~3바퀴 늦었다."

한국기업의 기술개발 여건에 대한 부러움을 드러낸 글도 있다. 한 네티즌은 "제안할 수 있는 예산이 있고 그걸 제품화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럽다"고 썼다.


다른 네티즌들은 "이런 시행착오 속에서 차세대 표준이 태어난 것인데 시행착오를 하지 않는 일본에 미래는 없다", "일본은 완전히 얌전해져 버렸다"고 적었다.

10년 전만 해도 글로벌 TV 시장은 소니, 파나소닉이 이끄는 일본의 주무대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 일본에서 한국산 TV는 '2류' 취급을 받았다.

최근 LG전자가 주도하는 OLED TV를 상업용으로 처음 선보인 제조사도 일본의 소니(모델명 XEL-1)였다. 세계 TV 제조사가 일본을 벤치마킹하던 시절이다.

OLED는 화소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면서 색깔을 내기 때문에 패널 뒤에서 빛을 쏘는 장치가 필요 없어서 LCD(액정표시장치)보다 얇고 휘어지게 만들 수 있다. LG전자가 롤러블 TV를 내놓을 수 있는 기술력의 원천이 여기 있다.

다만 OLED는 패널을 크게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형화와 생산단가 문제가 기술력과 양산의 절대적인 가늠자가 된다.

소니가 패널 대형화와 생산단가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실상 OLED TV를 포기한 사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추월에 성공했다. 2006년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가 내놓은 보르도 TV는 이듬해 나온 차기작까지 전세계에서 1000만대가 팔려 소니를 제치고 삼성전자를 세계 1위로 끌어올렸다.

패널업계에서도 중소형 OLED에 집중한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용 글로벌 OLED 시장점유율을 90%대로 끌어올렸고 대형 OLED에 특화된 LG디스플레이 (10,240원 ▲110 +1.09%)는 TV용 OLED 패널을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일본 프리미엄 TV 시장(2500달러 이상)에서 OLED TV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8.5%에 달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LG전자가 지난해 10월까지 일본으로 수출한 올레드 TV는 총 3458만 달러 규모로 2017년 한 해 동안 수출한 2918만 달러보다 18.5%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가전 시장에서 외국 세트 업체가 살아남은 사례가 거의 없는데 점유율이 집계되는 것 자체가 눈여겨 볼만한 일"이라며 "전적으로 기술력의 승리"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르면 올 하반기 공식 출시할 올레드 롤러블 TV의 가격을 8000만원 수준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상용화까진 가격부담이 적잖은 상황이지만 양산이 본격화되면 가격대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