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국내서 손흥민 경기 못본다

(런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4일(현지시간) 런던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의원들에게 마지막 설득을 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의원들이 “당신의 이전 결론이 무엇이든, 앞으로 24시간 이내에 다시 한 번 합의안을 살펴보라”며 브렉시트에서 나라의 경제와 안보를 지켰는지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럽연합(EU)과 영국이 마련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이 1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의회 비준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인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졌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연간 144억달러의 상품교역(2017년 기준) 양허정지는 물론 법률·방송 등 서비스시장도 혼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에 따르면 영국 하원 비준 투표에는 모두 634명이 참여,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집계돼 230표차로 부결이 결정됐다.


브렉시트 예정일은 오는 3월 29일이다. 이번 부결로 영국 정부는 3일 안에 마련해 ‘플랜B’(EU와의 재합의안)를 재투표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책 없이 무질서하게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그 후폭풍은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EU와 영국의 합의안은 영국을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했는데 이 안이 부결되면서 영국이 자동으로 EU 관세동맹에서 탈퇴, 현행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한·영 양국간 상품교역액은 2017년 기준 144억달러(무역수지 18억달러 흑자)로 한국 전체 교역액의 1.4%를 차지한다.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한·영 FTA를 새로 체결하기 전까지 FTA 미체결국에 대한 최혜국대우(MFN) 실행관세율이 부과되는데 지금보다 전반적으로 관세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산 부품·원자재를 사용한 제품을 EU로 수출할 경우 적용되는 특혜관세도 폐지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겨우 지난해 약 15억달러를 무관세로 수출했다.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자동차에 10%관세가 붙게 된다. 이는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된다.

서비스·투자 부문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EU FTA에 기반해 취득한 각종 인증·승인·면허 등이 무효화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표 분야가 법률서비스 시장이다. 영국계 로럼은 한·EU FTA에 따라 외국법자문사 승인을 받아 국내에 진출했는데 브렉시트가 되면 승인이 취소돼 모두 철수해야 한다.

방송서비스도 영향을 받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손흥민(토트넘)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될 가능도 있다. 현재 EPL 중계는 한·EU FTA의 방송중계용 국제위성전용회선임대서비스 국경간 공급개방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에는 영국 위성방송사업자가 국내로 직접 영상을 전송하지 못하고 국내 위성방송사업자 기지국을 거쳐 콘텐츠를 전송해야 한다. 이를 위한 계약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콘텐츠 송출이 중단되거나 비용이 증가해 시청비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 될 경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EU FTA와 비슷한 수준의 한·영 FTA 체결을 추진 중이다. 오는 30~31일 영국서 한·영 무역작업반 열고 FTA 체결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통상절차법에 따라 영향평가, 공청회 등 국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사전에 물밑 협상을 진행해 3월30일 한·영 FTA 협상타결·비준하고 3월31일부터 발효하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영국·EU 수출기업이 피해 최소화 위해 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공동으로 브렉시트 대응지원 데스크 설치해 지원할 계획”이라며 “한·영 FTA 체결도 신속히 추진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