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브렉시트, 수출입 타격 불가피…英 교역규모 크지 않아 다행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간 164억달러를 주고받는 만만찮은 교역 상대지만 주요 수출 품목의 계약 구조상 큰 타격은 없을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영국에 수출하는 기업은 3824개로 총 수출액은 81억2000만달러다. 수출품목 중에선 해양구조물(34억9000만달러), 자동차(15억3000만달러) 등이 주력업종으로 나타났다. 수입품목으로는 원유(19억1000만달러)와 자동차(9억7000만달러)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영국과의 교역 우려는 1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로부터 비롯됐다. 합의 없는 EU 탈퇴인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면 한국과 영국 간 무역에서 더 이상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적용되지 않는다. 무관세이던 대부분 품목에 관세가 붙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영국이 EU의 현행 최혜국대우(MFN) 관세 수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영국에 수출하는 2948개 품목 중 2186개(74.2%) 품목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게 무역협회의 분석이다. 수출금액 기준으로는 66%에 달하는 규모다.

재계는 "영국의 상황을 주시하되,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수출 비중이 가장 높았던 선박해양구조물의 경우 수주사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브렉시트보다는 계약 자체가 더 중요하다. 조선업 관계자는 "2017년 해양플랜트 선박이 인도돼 35억달러 수출액이 급등한 것처럼 계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입 비중 2위인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하향곡선인 영국시장보다는 미국, 중국 쪽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 비중이 높은 원유 업계는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 영국이 아닌 다른 시장을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무관세 혜택이 없어지면 영국산 원유를 수입할 이유가 없다"면서 "영국산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업계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 일부는 이번 우려를 계기로 한국과 영국이 FTA를 새로 맺거나, 브렉시트 자체가 무산돼 한-EU FTA가 유지되는 경우 등의 상황도 예상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도리어 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한-영 FTA에 속도를 내기 위해 한국 협상단을 이달 내 영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무역협회는 브렉시트에 따른 기업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즉각 대응에 나섰다. 무역협회는 코트라와 함께 이날부터 '브렉시트 대응지원 데스크'를 공동운영한다고 밝혔다. 영국 동향 모니터링, 기업 대상 설명회 등을 통해 오는 3월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파장을 줄이려는 취지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과 영국의 교역량은 전체의 1.4% 수준으로 브렉시트 파장을 아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면서 "브렉시트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라 대응지원 데스크를 통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