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기업가치 제고 긍정적…경영자율성 침해 주의해야"

국민연금이 한진칼·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가운데 스튜드어십 코드(stewardship code) 활성화가 기업의 지배구조와 주주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지만,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의결권 행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잖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16일 개최한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한진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논의, 해당 안건을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우리나라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는 민간기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으로 구성된 스튜어드십코드제정위원회가 2016년 12월 제정하면서 도입됐다. 2019년 1월 기준 국내 총 74개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확정했다. 국민연금은 여러 논의를 거쳐 2018년 7월 30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도입 이후 배당 관련 주주활동 참여를 높이고 의결권 참여내역 공시 및 주주소송 여건 등을 마련하는 등 스튜어드십 코드를 위한 이행 방안을 추진중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스튜어드십 코드를 두고 기업의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한 제도라는 의견과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우리 상장기업 중에는 주주가치 제고나 지배구조 미흡 등 내재가치 외적 요인으로 저평가를 받는 기업이 많은 편"이라며 "기업의 내재가치와 시장가치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경우 주주 중심 경영이 강화되면서 이 간격이 좁혀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진칼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행동주의 펀드 이슈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올랐는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가 전체적인 연금의 수익 기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일부 경영 간섭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하지만 외부요인으로 인한 저평가 기업의 경우에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좋은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적극적이라기보다 소극적인 지배구조 개입이라고 볼 수 있다"며 "투자한 기업의 재무적 성과나 사회적 가치, 지배구조 등 사안에 대해 검토하고 이런 부분이 미진할 때 주주권 참여를 고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연금 차원에서도 심도있는 논의를 기반으로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 경영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 등 해외 공적 연금에서도 기업 지배구조에 적극적 혹은 소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장기적인 수익률 향상을 기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의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취지인데 과연 기관투자자의 경영 참여가 이를 위한 옳은 방향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며 "기업 스스로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이게 잘 안 되다보니 기관투자자의 개입 필요성이 부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지 않고 국민연금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는 행위는 막대한 운용자산 규모를 고려할 때 최대한 조심스러워야 한다"며 "기업의 일탈행위를 견제하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기업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아야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기업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가 부각됐을 때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어떤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를 진행한다는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각 기업의 사안이나 안건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를 운용성과로 연결하긴 어렵지만 국민연금의 이같은 절차상 행위가 다른 운용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