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가동부터 가정집 냉난방까지…'수소' 전천후 에너지 등판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정부가 그리는 수소경제 사회에서 수소는 전기와 열 에너지를 생산하는 핵심 에너지원으로 활약하게 된다. 공장 가동부터 가정의 냉난방까지 수소의 역할이 커지면서 친환경 에너지 혁명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는 17일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2040년까지 발전용 연료전지를 15GW,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를 2.1GW(2100㎿) 규모로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공급해 대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설비다. 별도의 연소 과정이 없어 발전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 도심지에 소규모로도 설치가 가능한 '분산형 전원'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정부는 석탄·원자력·LNG 등 기존 발전원과 함께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발전용 연료전지는 전국 41개소에 307.6㎿ 규모로 보급돼 있다. 이를 2022년 내수(1GW)와 수출(0.5GW)을 포함해 1.5GW로, 2040년엔 내수 8GW·수출 7GW 등 총 15GW로 늘린다는 게 목표다.

관건은 비싼 설치비와 연료비를 낮춰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오는 5월 연료전지 전용 액화천연가스(LNG) 요금을 신설할 계획이다. 현재 연료전지는 대부분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구조로, 열병합용 가스요금이 적용된다. 가격이 더 낮은 전용요금제가 실시되면 연료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또 당분간은 연료전지에 대한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를 유지해 투자 불확실성도 없애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하거나 해외 수입을 통해 얻은 '그린 수소'를 활용할 경우 REC 가중치를 우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경우 2022년 총 1GW 용량의 발전용 연료전지가 보급되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당 450만원 수준인 설치비는 2022년 380만원, 2040년엔 현재의 35% 수준인 157만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발전단가는 현재 ㎾h당 250원에서 2022년 224원, 2040년 131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내릴 전망이다.

특히 2025년에는 발전단가가 중소형 LNG 가스터빈(190~200원/㎾h)과 대등한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LNG 발전과 비교해 봐도 수소 연료전지 발전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셈이다.

현재 3167개소에 7㎿ 규모로 보급돼 있는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는 2022년 50㎿, 2040년 2.1GW 규모까지 늘릴 계획이다. 가정용의 경우 2017년 서울시 가구수의 25% 수준인 94만가구에 보급한다.

정부는 올해 126억원의 신재생에너지보급지원 예산을 활용해 연료전지를 설치할 경우 주택에 ㎾당 2340만원, 건물에는 2240만원을 지원한다. 이를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공공기관과 민간 신축 건물에 연료전지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병원과 데이터센터에서 디젤, 가솔린 등을 활용하고 있는 비상전원은 건물용 연료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또 설치장소와 사용 유형별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고, '연료전지 대여사업'과 '연료전지 열 및 전기 중개사업' 등 새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2030년 대규모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수소 가스터빈의 상용화도 추진한다. 가스터빈 발전은 수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력을 얻는 연료전지와 달리 수소를 직접 연료로 연소해 가스터빈을 돌려 전력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0년부터 혼소·전소 발전용 가스터빈의 연구개발(R&D)를 추진한다. 국내 운용중인 가스터빈의 연소기를 수소용으로 개조하는 등 순차적으로 실증에도 들어갈 계획이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현재 한국은 자동차용 연료전지와 발전용 대용량 연료전지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지만 가정·상업용 소형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기술력이 다소 뒤쳐져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기술력을 향상시키면 보급 속도와 보급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