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전두환 전대통령, 아이언 선택 스스로?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여사가 2017년 5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센터를 찾아 제19대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법정 출석을 거부하면서도 골프를 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17일 전문가들은 신체적 능력과 인지능력을 분리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골프채를 휘두르는 행위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오랜 시간 스코어 계산과 집중력이 가능하다는 부분에선 검증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교수는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치매는 뇌에 영향을 주는 병이지 뼈나 근육을 손상시키지 않는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신체적 결함이라면 모를까 알츠하이머 때문에 골프를 칠 수 없다는 건 이론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세계 지도자들을 예로 들었다. 2차 대전 당시 연합군 승리를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치매 환자이면서도 말년까지 바다 수영을 즐겼다고 했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도 알츠하이머 발병 후 10년을 생존하고 생전에는 다양한 게임을 할 줄 알았다.

또 다른 신경과 전문의는 "알츠하이머 환자라고 해서 모두 수시로 사람을 못 알아보고 대소변을 못 가리지 않는다"며 "이런 환자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고 순간순간 판단을 못하는 상태에서 길게는 20년을 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례는 특이한 편에 속한다는 입장이다. 18홀 골프를 치는 데 짧게는 4시간에서 5시간 동안 스코어를 다 기억한다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해당 전문의는 "목표한 거리를 두고 몇 번 아이언을 칠 것인지 보통의 알츠하이머 환자라면 그 순간 판단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며 "스코어 기억은 물론 이런 판단까지 스스로 즉시 내리면서 골프를 쳤다면 놀라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렬 국립부곡병원장도 알츠하이머가 신체적 운동 능력을 떨어뜨리는 건 아니라 골프 자체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알츠하이머는 뇌 기능에 손상이 가해진 것일 뿐 신체 능력과는 무관하다"며 "알츠하이머 환자라 해도 인지능력이 떨어질 뿐 몸이 기억하는 운동은 대체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