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펠로시 "경호 인력 없다… 트럼프 국정연설 말라"

머니투데이

김수현 인턴기자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 /AFPBBNews=뉴스1

미국 민주당 서열 1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는 29일 의회에서 열릴 예정인 대통령 신년 국정연설을 미루거나 서면으로 대신할 것을 요구했다. 셧다운(연방정부 일시 업부정지) 장기화 상황을 비꼬아 공격한 것이다.

CNN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서한에서 "국정연설 당일 보안을 담당하는 비밀경호국(SS)과 국토안보부 운영이 셧다운으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이유를 대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주에 연방정부 업무가 재개되지 않는다면 업무 재개 이후로 다른 날을 잡도록 하자"고 트럼프 대통령에 제안하고, "아니면 서면으로 국정연설문을 의회에 전달하는 것을 고려해달라"고 요구했다.

경호 문제를 이유로 들었으나 펠로시 의장의 서한은 셧다운 장기화 사태를 해결하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펠로시의 요구에 대해 같은 날 오후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국토안보부와 비밀경호국(SS)은 연방정부를 지원하고 보안을 확보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며 트위터를 통해 일축했다.

미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은 상·하원 1인자인 하원의장과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의 공동 초청 형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양원 의원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주요 방송사에서 황금시간대인 오후 9시(동부시간 기준)에 생중계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국정비전과 어젠다를 강하게 설파할 기회가 된다. 워싱턴포스트는 "펠로시 의장의 이번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황금시간대 TV 연설에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의 필요성을 주장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은 만약 펠로시 의장이 공식 초청을 취소하더라도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은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원내 다수였을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초대를 취소한 적이 없다"며 "펠로시 의장과 달리 우리는 절대 미국보다 정치를 우선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