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계 3대 車시장…희망은 인도?

중국부터 유럽, 북미에 이르기까지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이 정점을 찍고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로 수요는 주는데 무역전쟁, 배출가스 규제 강화 등으로 자동차 회사의 영업 환경은 나빠진 탓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시장이 침체하면서 자동차 업체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16일(현지시간) 지난해 유럽연합(EU)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의 신차 판매량이 1560만대라고 발표했다. 한 해 전보다 0.04% 줄어든 것으로, 2013년 이후 첫 감소였다. EU가 지난해 9월부터 배출가스 검사를 대폭 강화했는데, 이 때문에 새로운 인증을 받지 못한 차량이 늘면서 판매가 부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정치적 혼란이 극에 달한 영국 시장의 위축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자동차 시장의 어려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영국이 아무런 대책 없이 EU에서 이탈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우려가 여전하고, 유럽 최대 경제국이자 세계 4위 자동차 시장인 독일도 성장 엔진이 빠르게 식고 있어서다. 경영자문회사 에버코어 ISI의 아른트 엘링호스트 연구원은 "유럽 지역 상황을 더욱 주의해서 보고 있다"면서 "독일의 산업 주문 감소, 유럽 소비 심리 하락 등을 참작하면 올해 유럽 신차판매는 1%가량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판매대수 기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2808만대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든 것은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 자동차 시장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미국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0.3% 증가했지만,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랑(SUV)을 빼면 13% 넘게 줄었다.

시장 침체로 자동차 기업들의 부담은 최대치로 커졌다. 블룸버그는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는 시기에 세계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자동차를 둘러싼 무역 갈등도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것을 중단했지만, 미 상무부는 국가 안보를 빌미로 수입차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유일한 희망은 인도다. 인도는 지난해 독일을 제치고 세계 4위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했다. 2021년에는 일본보다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인도의 승용차와 상용차 판매는 총 399만대로 한 해 전보다 8.3% 증가했다. 반면 독일은 374만대로 1% 성장에 그치면서 인도에 추월을 허용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성장 잠재력도 크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 피치는 인도의 인구 1000명당 승용차 수가 27대로 중국(145대), 독일(570) 등과 비교해 월등히 낮다고 평가했다.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자동차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인도는 아직 저가 중심이어서 자동차 업체들에는 매력이 떨어진다. 인도 앰빗증권의 바수뎁 바너지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인도 자동차 시장의 규모는 커졌지만, 평균 7000달러(785만원) 정도의 낮은 판매가격을 고려하면 다국적 자동차 업체를 위한 수익성 좋은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