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금리는 우대하는 금리일까" 금감원, 예금금리 손본다

금융감독원이 예금금리 공시 체계 개선에 착수했다. 예금금리는 공식적으론 기본금리에 고객의 기여도 등을 감안한 우대금리를 더해 결정되지만 실상은 은행들이 시장금리에 맞춰 우대금리를 끼워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공시하는 기본금리와 은행 창구의 실제 금리간 괴리가 생기고 고객에게 마땅히 줘야 할 금리를 ‘우대금리’로 이름 붙여 오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17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자사나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대표 예금상품 금리를 공시한다. 예금금리 공시는 1개월 단위로 업데이트를 해야 하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변하지 않는 한 예금금리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영업창구의 예금금리는 수시로 변동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정기예금 금리는 기본금리에 우대금리를 더한다. 기본금리는 기준금리에서 예금보험료, 지급준비금, 업무원가(인건비 등)를 뺀 뒤 마케팅 전략 차원의 경쟁금리를 가감해 책정한다. 우대금리는 카드이용 실적이나 급여이체 실적, 자동이체 실적 등을 보고 추가로 주는 금리를 뜻한다.

하지만 이는 회계관리 목적상의 구분일 뿐이다. 실제로 은행의 또 다른 자금조달 방법인 은행채 발행금리 수준 등을 감안해 전체 예금금리를 결정하고 있다고 은행들은 설명한다. 예컨대 예금을 통한 조달금리의 적정선을 연 2%로 정해 놓으면 기본금리 연 1.5% 짜리 정기 예금에 우대금리 0.5%포인트를 더하는 식이다. 기준금리에 연동하는 기본금리는 그대로 놔두고 은행 본점에서 각 은행 지점에 일 단위로 우대금리 성격의 고시금리(고객별 우대금리)를 조정해 전체적인 예금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은행들이 고객에게 공시하고 있는 예금금리와 창구의 적용금리간의 차이가 벌어진다. 본인이 우대받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문제도 발생한다. 실제 은행연합회 비교공시를 보면 이달 1년 만기 기준으로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 금리가 연 2.55% 가장 높고, 우리은행의 키위정기예금2차(확정형)가 연 1.45%로 가장 낮다.


그런데 상품별로 적용하는 우대금리가 제각각이라서 이 같은 기본금리 위주의 공시는 무용지물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창구 금리는 우대금리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있는데 은행들이 공시하는 금리는 수개월째 변하지 않는다”며 “특히 조달비용을 고려하면 은행이 고객에게 당연히 줘야 할 금리인데도 마치 혜택을 주듯이 ‘우대금리’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기본금리에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식의 예금금리 공시 체계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컨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기본금리 위주의 공시 보다는 기본금리와 우대금리를 합쳐 실제 고객에게 적용하고 있는 실질 예금금리의 평균치를 일정 주기로 공시토록 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다. 고객 입장에서 해당 은행의 실제 적용금리를 손쉽게 알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대출금리는 바로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천천히 올린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며 "은행들이 실제 적용하는 금리 기준으로 공시를 하면 이런 비판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울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체계를 바꾸면 실제 적용되는 금리를 투명하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그렇다고 예금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은행들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거뒀는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로 발생하는 이자이익의 기여도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2017년 상반기를 비교해 보면 평균 대출금리는 0.18%포인트 올랐지만 예금금리는 0.11%포인트 인상되는 데 그쳐 예대금리 차이는 더 벌어졌다.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산정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 중인데 불투명한 예금금리 산정체계도 바꿔 금리가 합리적인지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