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배터리 수주잔량 2년만에 10배..맥쿼리 "韓 정유 사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성과가 가시화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배터리 수주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다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만큼 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107,500원 ▼2,500 -2.27%)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량은 2016년 30기가와트(GWh)에서 2018년 320GWh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과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부터 배터리 기술 경쟁력과 품질 안정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늘어나는 수주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사업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선다. 2025년까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10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서산공장을 통해 확보한 현재 생산능력 4.7GWh의 20배 이상이다. 이에 앞서 중국 창저우, 헝가리 코마롬, 미국 조지아주에 생산설비를 구축하며 2020년까지 생산능력을 30GWh 수준으로 늘릴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손익분기점은 2020년에 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배터리 사업의 투자 확대 배경에 대해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산업처럼 치킨게임이 시작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일부 기업만 살아남는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성장할 경우 사업가치가 약 14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실적을 2022년 매출액 6.5조원, 영업이익률 5% 기준으로 평가할 때 사업가치는 14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며 "2022년까지 매년 점진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가치가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맥쿼리투자운용이 한국 정유 산업에 대해 투자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한 것도 SK이노베이션에 호재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최근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올해 유가 반등으로 한국 정유회사들의 주가 하락세가 진정될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정유 업종의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 정유회사들이 최신 원유 증류 설비의 장기적 투자로 이익을 볼 것"이라며 "2020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디젤 수요가 늘어 한국 정유회사가 이익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대차, 다임러,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부터 잇따라 배터리 수주를 따내면서 수주잔량이 급격히 커졌다"며 "그동안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업종으로 묶이며 주가가 변동성을 나타냈지만 앞으로 배터리 사업 성과에 따라 추가적인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