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친서 받고도 '침묵' 지킨 트럼프…이유는?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을 친서까지 전달 받았지만 침묵을 지키고 있다. 7개월여전 김 부위원장을 만난 후 전격적으로 1차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알렸던 모습과는 딴판이라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차 북미 정상회담 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본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1시간30분 동안 김 부위원장과 비핵화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2월말쯤(near the end of February) 2차 북미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담 장소는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가짜뉴스나 자신의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헨 관련 소식 등만 리트윗할 뿐 북미회담 관련해선 어떤 소식도 전하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과 면담 후 기자회견을 열지도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백악관은 친서와 관련해서도 함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1일 김 부위원장을 백악관에서 만난 후 1차 북미회담 날짜와 장소를 기자들에게 공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인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는 사진을 공개하거나 면담 분위기, 친서와 관련된 내용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자신의 트위터에는 "더이상 북한의 핵 위협은 없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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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양측이 2월말로 북미회담 윤곽만 잡고, 비핵화 관련해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엔 김 부위원장을 환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엔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NYT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몇달간 비핵화협상이 빠른 결과를 도출할 수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혔고, 지난해 9월 이후 양측간 실무진 협상이 사실상 전무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에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 시간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한달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지만, 이후 비핵화 검증 등 구체적인 논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후 지난 7일 김정은 위원장의 4차 방중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여러 정치적 리스크에 둘러싸인 만큼 지난 1차 북미회담때와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열린 1차 북미회담은 외신 및 전문가들에게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후 북한도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 검증 등에 응하지 않고 있다.

현재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갈등으로 연일 최장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부터 러시아의 2016 미 대선 개입 문제 등 문제 등 정치적 리스크가 산적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섣부른 비핵화 긍정론 설파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가고 싶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교수는 "트럼프는 현재 어떠한 형태로든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고, 이 떄문에 협상 타이밍이 북한측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우리는 북한의 손안에서 놀아날 수 있다는 걸 두려워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비핵화 관련 구체적인 행동 없이 계속 기다리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