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화웨이, 감원 가능성… 회장 직접 언급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AFPBBNews=뉴스1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어려운 시기가 온다"면서 감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화웨이 제품 보이콧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위기를 인정한 것이다.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 회장은 지난 18일 화웨이 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밝은 미래가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를 위해 "평범한 수준의 직원들을 해고해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 회장은 "지난 30년 동안 모든 것이 너무나 순조로웠다"면서 "각 지역 사업부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 점검할 시점"이라고 위기 상황임을 전하고, "최종적인 승리를 위해 조직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재차 감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런 회장에 따르면 화웨이는 18만 명의 직원들에게 인건비로 연 300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사업을 주축으로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지난 2017년에는 전 세계 통신장비 제품의 22%를 생산하며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5G 사업에서는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마트폰 사업 역시 삼성에 이어 세계 2위이다. 화웨이의 매출은 20년 전 10억달러가 채 안됐지만 지난해에는 100배 넘게 오른 1000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미국 주도로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어려움을 맞고 있다. 미국은 기밀 유출 등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 제품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동맹국에게도 동참을 요구해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이 5G(5세대 이동통신) 통신망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했다. 독일과 폴란드 등 유럽에서도 화웨이 거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달 1일에는 캐나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런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을 체포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미 검찰이 화웨이를 자국 이동통신사 T모바일의 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 준비를 하고 있다.

런 회장은 이날 이메일에서 "5G는 4G 때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어디서 지뢰가 터질지 모른다"고 말했는데, 최근 국제사회의 화웨이 거부 움직임을 지뢰 폭발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런 회장은 앞선 17일 주요 중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는 "화웨이가 현재 직면한 문제는 10여년 전에 예견됐던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과는 상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