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 버스 흉기난동' 애초에 '흉기' 빠진채 접수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112 종합상황실 /사진=머니투데이 포토DB

버스 내 흉기 위협신고에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신고자를 찾는 등 부적절하게 대처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12 문자신고가 처음부터 정확히 접수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한 112신고는 최대 40자까지만 경찰에 전달되기 때문에 신고의 핵심 단어인 '흉기'소지 사실이 접수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신고자 비밀 보장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사과했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밤 10시30분쯤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앞을 지나던 마을버스 안에서 남성승객 1명이 주머니에서 커터칼을 꺼내, 욕설과 함께 승객을 위협했다. 이에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이 112에 문자메시지로 상황을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버스에서 "신고자 계십니까?"라고 신고자를 찾아 논란이 일었다. 흉기로 다른 사람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복범행 등 2차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대응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경찰이 내린 뒤 신고자가 따라내릴며 신원을 밝혔고, 경찰은 흉기를 소지한 남성의 신원을 확인하고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2012년 112 시스템을 통합하면서 장문 문자가 40자 이내로 제한됐다"며 "지난해부터 용량을 보완하려 했는데 마무리가 안됐다"고 말했다.

문자를 통한 신고는 40자만 경찰 112 시스템에 접수되기 때문에 '흉기를 소지했다'는 내용이 빠진 채 소란 신고로 접수됐다는 설명. 애초에 경찰 측엔 흉기사건으로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일한 대응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청에서 112 문자 메시지 신고 용량을 보완 중"이라며 "70여자까지 신고가 가능하도록 조속히 보완 중"이라고 덧붙였다.

원경환 서울청장은 이날 서울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고 접수받은 경찰이 버스에 승차할 때 신고대상이 칼을 들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누가 소란행위를 했는지 몰라 부득이하게 신고자를 찾았는데,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은 잘못됐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