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라도…" 메이英 총리 '플랜B'에 담길 승부수는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의회 연설 중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AfpBBNews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아일랜드와의 국경문제에 집중해 새로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초당적 합의안을 이끌어 내는 대신 여당의 확실한 지지표를 얻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EU와의 새 합의안 마련이 실현될지, 또 합의안이 영국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등은 여전히 미지수이다.

21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일요일인 지난 20일 정부 각료들에 전화해 그동안 각 정당 지도부와 브렉시트 합의안 '플랜B'(두 번째 계획)에 대해 논의한 내용을 전달했다. 메이 총리는 21일까지 하원에 플랜B를 제출해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기존 합의안 중 아일랜드와의 국경문제를 다룬 '백스톱(Backstop)' 조항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의원들을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스톱이란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영국령)와 아일랜드 사이 벌어질 수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브렉시트 전환 기간인 2020년 말까지 북아일랜드를 비롯한 영국 전체가 EU 관세 동맹에 잔류한다는 것.

그러나 영국 의회는 이 조항이 추후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관계를 단절시키는 데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지난 15일 영국 하원이 230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정부의 합의안을 부결시킨 것도 이 조항 탓이 크다.

메이 총리는 기존 합의문에 브렉시트가 단행돼도 아일랜드와의 사이에 '하드보더'(국경통과시 통행 및 통관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가 들어서지 않는다는 내용의 추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항 추가를 위해 아일랜드와 양자 협상에도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합의안이 여당인 보수당에서조차 외면받았는데, 문제가 된 조항을 손봐 집토끼는 물론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의 지지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날 아일랜드 정부가 "기본적으로 브렉시트 합의안은 아일랜드와 영국의 문제가 아닌, EU와 영국의 문제"라고 양자 협상을 거부해 메이 총리의 플랜B에도 일단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메이 총리는 이날 오후 3시30분(한국시간 22일 0시30분) 플랜B를 제출한 뒤 의원들과 질문 답변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정부가 제출한 플랜B 안은 하원의 토론을 거쳐 오는 29일 표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