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향하는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칼자루

3월 열릴 한진그룹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대거 KCGI(일명 강성부 펀드)측 손을 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뿐 아니라 기관투자자까지 반대편으로 돌아서면 한진그룹에 크나 큰 부담이 된다.

의결권 자문기관은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한 기업이 주총을 개최할 때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적으로는 ISS와 글래스 루이스가 대표적이고 국내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이 있다.


◇의결권 자문기관들 "아직 결정한 것 없지만…"

21일 의결권 자문기관 고위 관계자는 "한진 (21,150원 ▼250 -1.17%)그룹 주주총회를 주목하고 있으나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통상 주주총회 안건이 확정되고 나면 각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주총안건은 물론 일정도 정해지지 않아 내놓을 입장이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해 수년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려왔고, 강력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결론은 이미 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이자 KCGI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한진칼 (58,400원 ▲400 +0.69%)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지배구조' 평가(A~D)에서 4년 연속 'C' 등급을 받았다. 이 기간 한진은 C와 B가 각 2회였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지배구조 재편이 필요하다는 견해인데, 지난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기업가치 훼손문제가 계열사인 진에어까지 파급될 수 있다며 강한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진에어의 공식 업무권한이나 직책이 없으면서도 내부 문서에 결재하는 등의 매우 비정상적인 운영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 대신지배구조연구소의 지적이었다.

◇자산운용사들 "자문기관 권고에 따라 의결권 행사할 것"

이 밖에 다른 의결권 자문기관들도 대부분 한진그룹 기업지배구조가 총체적인 문제라는 의견이다. 한진그룹이 주주총회 감사선임 이슈를 피해가기 위해 감사위원회 설립근거(자산 2조원 이상이면 감사위원회로 감사를 대체)를 마련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자문기관들의 판단이다.

부정적인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시각은 한진그룹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과거에는 의결권 자문기관의 의견이 현장에서 반영되지 않는 사례도 있었으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 당시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합병반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구속되거나 징계를 받으며 방침이 180도 변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3월 예정된 한진그룹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며 "실무검토는 거치겠지만 전적으로 의결권 자문기관의 판단에 맡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자산운용사는 대한항공, 한진칼, (주)한진 등 한진그룹 계열사 주식을 다수 보유한 주요 투자자 중 하나다.

그는 이어 "한진그룹이나 KCGI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고 우리의 의결권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상황은 지켜보지만 의결권 행사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권고를 반영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2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운영하고 있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아시아 본사에서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 권고를 따르되, 이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는 구체적인 사유를 보고하라"는 지침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