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에 총 쏴 12명 사망했는데 "아직 맛보기"… 짐바브웨 긴장 고조

머니투데이

김준석 인턴기자

14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부근 도로를 점령한 시위대의 모습/AFPBBNews=뉴스1

짐바브웨에서 휘발유 등 연료값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대 일부가 공권력의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가운데, 짐바브웨 정부가 20일(현지시간) "지금까지의 진압은 맛보기"라고 공개적으로 밝혀 혼란이 커질 전망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조지 차람바 짐바브웨 대통령실 대변인은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부는 눈앞 이익에만 몰두한 편협한 이들의 폭력적인 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짐바브웨 국민들은 수도 하라레와 제2 도시 불라와요를 중심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계기는 12일 에머슨 음난가그와 대통령이 휘발유를 비롯한 연료값의 250% 인상 발표였다.

음난가그와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면서 무가베 37년 독재 정권을 끝냈으나, 짐바브웨는 여전히 높은 실업률에 4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다. 경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실생활에 꼭 필요한 연료비를 올리자 국민들의 분노가 터져나온 것이다.

14일 시위 때 짐바브웨 군경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뿐 아니라 총을 사용해 진압에 나섰다. 가디언은 정부 당국의 발포로 최소 12명이 사망했으며 68명이 총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도한 600여 명의 시위 참여자가 검찰의 기소 등의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구금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18일 짐바브웨 정부는 페이스북, 트위터, 왓츠앱을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차단하고 국민의 인터넷 접근 또한 제한하는 조치까지 내렸다.

짐바브웨 정부는 야당 탄압 의혹도 받고 있다. 가디언은 짐바브웨 정부가 야당인 민주변화동맹(MDC)을 시위 배후로 지목하며 MDC 소속 유력 의원들 자택 주변에 무장 경찰들 배치했다고 전했다. 찰톤 웬데 MDC 소속 의원은 "시위 진압을 핑계로 야당 탄압을 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실제로 시위 진압은 수도 하라레 위성 도시 등 MDC가 지난 대선에서 표를 많이 얻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수도 하라레에 위치한 병원에 입원 중인 46세의 알베르트 타우라리는 음식을 사러 나가는 도중 갑자기 사복을 입은 무장 경찰들이 곤봉으로 자신의 허리와 허벅지를 수차례 가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무가베와 음난가그와 두 정부를 모두 겪었지만 음난가그와 정부가 훨씬 더 잔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