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금 남긴채 봉합(?) '레이더·위협비행' 사실관계는 평행선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한일 레이더 갈등과 관련해 대한민국 국방부 입장 영상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 사진 = 뉴스1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한일 '레이더·위협비행' 논란이 어떻게 결론날까. 일본 측이 지난 21일 한국과의 '협의중단'을 선언하면서 양국 간 실무급 회의는 더 이상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은 한국의 광개토대왕함이 자국 초계기에 화기관제 레이더(공격용 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 비춤)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일본 주장의 '허구성'을 강조하면서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관계는 여전히 평행선 = 국방부는 22일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에 공격용레이더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거듭 밝히면서 전날 일본 방위성의 '레이더 탐지음' 공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일본 방위성은 21일 레이더 전파를 탐지했을 때 기록했다는 '소리'를 공개했다. 방위성 홈페이지에 '화기관제용 레이더(공격용 레이더) 탐지음과 '수색용 레이더 탐지음'을 공개하면서 두 소리의 차이를 설명했다.

화기관제용 레이더 탐지음은 일정한 소리가 지속적인데 반해 수색용 레이더 탐지음은 소리가 끊겨 들린다며 이 음성파일을 광개토대왕함이 공격용 레이더를 조사한 근거로 제시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레이더 탐지음'은 광개토대왕함이 공격용레이더를 조사했다는 증거로 볼 수 없다"면서 "가공된 기계음에 불과하고 일본 측은 우리가 줄곧 요구해 온 (레이더) 탐지 시각과 방위각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일본은 끊이지 않고 소리가 지속되는 음이 공격용레이더를 조사한 증거라고 주장하지만 여러 정보들을 종합해야만 어떠한 레이더인지 특정할 수 있다"며 "가공된 음이 아닌 원음을 공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상에서 우발충동을 방지하기 위해 공격용 레이더를 상대에게 비추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면서 "초계기 조종사가 공격용 레이더로 인식했다면 즉시 회피비행을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끌어들인 일본, 미국 의식해 韓과 협의 중단(?) = 일본 방위성은 한국과의 협의 중단을 선언하면서 “일·한, 일·미·한 방위협력은 동아시아 안전보장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극히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이 원인 제공자라는 기존 주장을 계속하면서 역내 안보를 위해 이쯤에서 접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논란 초기부터 미국을 끌어들였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7일 일본 방송에 출연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는 일본이 확신하고 있는 내용을 확실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우리 국방부가 레이더 논란 관련 동영상을 공개하기 바로 몇시간 전 미국 측에 연락을 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실제로 존 리처드슨 미국 해군 참모총장은 지난 18일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상호 신뢰라는 분위기 속에서 장기적 이익을 끌어내는 것이 가능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모든 당사자에게 이견 해소를 위해 힘쓸 것을 지속해서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방부도 미국과 이번 문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의 상황을 미국 측과 교감하고 있고 정보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또 이번 사안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당장 연관 짓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두나라가 1급 비밀을 제외한 군사정보를 미국을 거치지 않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지난 2016년 11월 23일에 체결돼 발효됐다.

또 다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GSOMIA는 북한 핵과 미사일 정보에 관한 사항으로 그동안 일본 측과 긴밀히 (정보교환을) 해왔다"며 (레이더 갈등과 연계시켜) 그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