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후행 물류비' 착취 낙인 억울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에 물류비를 부당하게 전가시켰다는 이유로 롯데마트에 대해 제재에 나서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롯데마트 측은 납품업체 대신 물류센터에서 지점까지 전달하는 배송 대행에 대한 정당한 대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착취 행위로 낙인찍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롯데마트가 납품업체에 물류비를 떠넘긴 것으로 보고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했다. 롯데마트가 최근 5년간 유통업체 물류센터에서 매장까지 드는 '후행 물류비'를 300여개 납품업체에 떠넘겼다는 혐의다. 과징금 규모는 최대 4000억원에 이를 수 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는 롯데마트 측의 입장을 들어보고 이르면 3월 최종 심결할 예정이다.

현재 롯데마트와 납품업체 간 물류 구조는 크게 △보관 물류 △통관 물류 △직접 물류 등 3개다. 이 중 공정위가 지적한 건 보관 물류다. 보관 물류란 납품업체가 롯데마트 물류센터까지만 배송(선행 물류)하고, 나머지 지점으로의 배송(후행 물류)은 롯데마트가 담당한다. 롯데마트는 물류센터에서 지점으로 배송하는 대가를 후행 물류비로 요구하는데 공정위는 이를 부당하다고 봤다.

롯데마트는 당초 납품업체별로 계약을 맺고 납품 원가 일부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물류비를 부과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는 이 항목을 없애고 원가에 녹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물류는 납품업체가 선택할 문제이지 자신들의 강요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납품업체들이 보관 물류를 선택하는 건 시간적,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자체 물류센터를 보유한 대형 납품업체의 경우 직접 물류를, 전국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중소형 납품업체들은 보관 물류를 선택하는 등 각자 경영여건에 맞춰 선택하고 있다"며 "납품업체 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과거 물류센터가 없던 시설 납품업체들은 전국 각 지역별 지점으로 물건을 납품하는데 들어가는 물류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그러나 유통기업들이 물류센터를 만들고 납품업체가 이를 이용해 전국 배송 시스템을 갖추게 됐고 물류비와 재고관리비 등의 부담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다른 유통업체 역시 긴장하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라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 유통업체로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를 통한 납품이 자리 잡기 시작한 2010년 초반부터 이 같은 업계 내 관행이 자리 잡았다. 다른 유통업체 역시 롯데마트와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납품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선행 및 후행 물류비에 대한 계약서를 만들어 물류비를 받고 있다. 이마트는 통관 물류는 여전히 후행 물류비를 받고 있다. 그러나 보관 물류의 경우 2013년까지 물류비를 부과해오다 2014년부터 없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