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블록체인 '포용력' 갖춰야… 규제·표준 필요"

에스토니아 정부의 카스파르 코르유스 전자영주권 총괄국장. /사진=서진욱 기자.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의 실제 사용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기술에 대한 넓은 포용력을 갖되, 나쁜 사례들을 축출해야 한다."

블록체인 선도국 에스토니아의 카스파르 코르유스 전자영주권 총괄국장(사진)이 정부 차원의 포용적인 블록체인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카스파르 국장은 23일 개막한 머니투데이방송·체이너스 공동주최 '2019 블록체인 융합 서밋 체인플러스'에 주요 연사로 참석했다.


카스파르 국장은 "한국 블록체인 업계와 함께 디지털 사회를 만들어 가고 싶다"며 "한국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포용력을 넓혀 다양한 실사용 사례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블록체인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갖추되, 악용 및 부작용 사례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자영주권은 세계 최고 수준의 블록체인 기반 전자정부 시스템을 갖춘 에스토니아를 대표하는 제도다. 에스토니아 국민들은 전자정부 시스템을 통해 신원확인, 세금납부, 전자투표 등 대부분 온라인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교육, 연금 등 영역으로 지속적으로 적용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발급받을 수 있는 전자영주권은 해외 기업인들을 에스토니아로 끌어들이고 있다. 카스파르 국장은 "외국인이 전자영주권을 발급받아 국내에 설립한 기업이 6000곳을 넘는다"며 "전자영주권은 금전적 이익과 다양성 확대 등 긍정적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유럽연합(EU) 등 다양한 국적의 기업인들이 에스토니아에 법인을 설립했다"며 "전자영주권은 외국인과 에스토니아의 전자정부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스파르 국장은 블록체인 전자정부 시스템의 장점으로 사회 전반의 신뢰도 향상을 꼽았다. 그는 "블록체인 데이터는 그 누구도 단독으로 접근하거나 바꿀 수 없다"며 "정부와 국민, 국민들 사이에 형성된 신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을 맹신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카스파르 국장은 "블록체인은 획기적인 기술일 뿐"이라며 "어떤 기술이든 맹신해선 안 되고, 분명한 규제와 표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스토니아는 정부 차원의 ICO(암호화폐 공개)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카스파르 국장은 현재 정부 차원에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4, 5년 정도 시간이 필요한 정책"이라며 "국민들이 세금을 내는 대신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