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번째 만남에도 러·일 평화조약 협상 "지지부진"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러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5번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22일(현지시간) 만남에서도 북방영토 문제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빈손으로 방러 일정을 마무리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평가했다.

일본 NHK는 22일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통역만 대동한 채 3시간여간 진행됐으며, 양국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으나 정작 양국 관계의 뜨거운 감자인 평화조약과 북방영토 반환 의제에서는 "구체적인 진전이 보이지 않았다"고 NHK는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평화조약 서명에 대한 관심을 확인했으며 조정자로서 양국 외무장관을 지명했다"면서도 "앞으로 길고 힘든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며 협상이 오래갈 것임을 암시했다. 이어 "양국 간 교역을 수년 안에 지금의 1.5배 수준인 연간 300억달러(약 338조4000억원) 수준까지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경제 성과를 발표했다.

평화조약 협상 관련해 양국 정상은 말을 아꼈다. 아베 총리는 2월 중 독일 뮌헨에서 외교장관회담과 차관급 협의를 갖고 평화조약 협상을 진전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밝히고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찾겠다고만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조문 작업을 시작해 올 6월 푸틴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평화조약을 합의하려던 아베 정권의 시나리오가 실현되기 어려워졌다"고 내다봤다. 큐슈대학 법학연구과 이와시타 아키히로 교수는 NHK와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에서) 평화 조약 체결과 관련된 실질적인 내용이 없었다"며 "러시아는 (북방영토) 섬의 주권을 가진 상태의 합의를 원하는 것이 보여 협상이 막다른 길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일본과 북방영토 분쟁을 의도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제임스 브라운 템블대학교 일본캠퍼스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지도부는 일본과의 분쟁을 지속하는 것이 일본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북방영토 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소련은 세계 2차 대전 종전 당시 일본이 점유하고 있던 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점령했고, 양국은 아직까지 종전 협정을 맺지 않은 상태다. 일본은 1855년에 제정한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양자조약을 근거로 쿠릴 4개 섬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쿠릴열도가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돼 있다며 일본의 요구를 거부해왔다.

아베 내각은 북방영토 4개 섬 전체를 반환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자체적으로 내리고 시코탄(色丹)과 하보마이(齒舞) 두 섬 반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