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금 극과극' '시중은행 300% vs 공공기관 30%

“금융 공공기관 직원의 퇴직금을 많이 줘서 희망퇴직을 하면 10명이 퇴직할 때 7명의 젊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최종구 금융위원장)


정부가 공공기관의 퇴직금 규정을 개정해 명예퇴직을 활성화하려는 것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명예 퇴직금 지급률을 지금보다 높이면 고연차 직원의 ‘퇴로’를 열리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청년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공공기관에서도 세대간 ‘빅딜’이 가능해는 셈이다. 더불어 금융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베이비 부머’ 세대인 고연차 직원들이 3년이 지나면 대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인력운용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었던 까닭이다.

23일 정부 관계부처와 금융권에 따르면 기재부가 338개 공공기관에 대해 명예퇴직 제도를 개선하면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전체 공공기관 소속 인원이 현재 31만명이 넘기 때문에 이 가운데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인원만 명예퇴직을 받아도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크게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방만경영’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의 ‘인건비’와 ‘정원’을 관리한다. 명예퇴직을 신청할 수 있는 20년 이상 근속자는 대부분 고연봉자 이기 때문에 이들이 퇴직을 하면 인건비와 정원에 여유가 생긴다. 이를 고려하면 나간 인원의 100%까지도 신규로 청년 채용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관리자 비중이 확대돼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갖고 있는 공공기관의 인사적체 문제를 풀 수 있는 묘안이기도 하다. 금융공공기관의 경우 희망퇴직 도입 요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반복돼왔다. 조직의 고령화에 따른 업무 효율성 저하가 불가피하고 지나치게 많은 시니어 직원들로 인해 승진 적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1990년대 초·중반 대거 입사한 50대 후반 직원들이 차례로 임금피크에 진입하면서 3~4년 후에는 임금피크 대상 직원이 많게는 전체의 20%에 가까워지는 곳도 나올 전망이다.


실제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임금피크제 직원의 비중은 산업은행은 18.2%, 기업은행은 12.3%, 수출입은행은 7%(이상 2016년 정원 기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체 직원의 10명 중 1명이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2010년, 산업은행은 2014년, 기업은행은 2015년을 마지막으로 명예퇴직자가 없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감사원의 ‘방만 경영’ 지적 후 퇴직자에게 지급될 임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산업은행의 경우 임금피크에 진입하면 5년간 연봉의 290%를 나눠 받지만,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받는 돈이 절반 가량 준다. 직원 입장에선 손해 보는 명예퇴직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금융공기업 시니어 직원들 사이에선 명예퇴직 후 ‘제 2의 인생’을 선택하고 싶어도 ‘손에 쥐는 금액 차이가 너무 크다’는 불만이 나온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역대 최고 조건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을 시행하면서 박탈감은 더 커졌다.

금융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금융감독원도 인사적체가 가장 심각한 기관으로 꼽힌다. 금감원은 3급 이상 관리자 비중이 현재 43%에 달한다. 기재부가 이 비중을 35% 이하로 낮추지 않으면 방만 경영에 따라 이달 말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금감원 역시 퇴직금이 현저하게 낮아 ‘퇴로’가 막힌 데다 전체 직원의 80%가 취업제한 대상이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전체 직원의 20%는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경력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베이비부어 세대인 고연차 직원들이 본격적으로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고 2022년 이후에 정년을 맞아 일시에 대거 퇴직을 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해당 기관의 인력구조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기재부에 ‘베이비부머’ 세대 직원의 대규모 퇴직사태로 인한 인력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퇴직금을 조정해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