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 '한진 적극적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반대 다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자책임위)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적극적인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에 반대 다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사연임 반대에 대해서는 찬성 다수 의견으로 결론 내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이를 토대로 내달 초까지 주주권 행사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23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수탁자책임위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비공개 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의견을 기금위에 보고하기로 했다. 위원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5시간 동안 사내이사 해임, 사외이사 신규 선임, 정관 변경 요구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위원들 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이사해임과 정관변경, 사외이사 선임 등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에 대해 반대 의견이 많았다.

한 전문위원은 “국민연금이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경우 자본시장법상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지분 보유 목적을 현재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해야 하는 등 현행법상 제한이 많다는 현실을 감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위원들 간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 반대가 다수 의견이라는 지적을 놓고 의견이 갈리면서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른 전문위원은 “다수 위원들이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라는 큰 틀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도 “하지만 세부 행사 범위와 방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나 중립적인 입장을 내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고 해석돼 논란을 남겼다”고 했다.


하지만 조 회장 일가 등 이사진의 연임 반대에 대해선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9명의 위원 중 7명이 찬성,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수탁자책임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주요 투자회사에 대한 이사연임 반대 의결권은 과거에도 행사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수탁자책임 위원회는 이날 위원들의 의견을 정리해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 전달키로 했다. 이날 마련한 세부 방안은 국민연금 실무평가위원회를 거쳐 내달 초까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확정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대한 수탁자책임위 입장이 반대쪽으로 무게가 실리면서 기금위에서 전문위 보고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수탁자책임위 내에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와 방식 등에 대한 의견이 갈려 기금위가 다른 결론을 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회의에는 주주권행사 분과 위원 9명과 수탁자책임위 간사로 회의 진행을 지원하는 보건복지부 최경일 국민연금재정과장과 국민연금 관계자 9명 등이 참석했다.

한편, 수탁자책임위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업무를 주도하는 민간 전문가 기구로 지난해 8월 출범했다. 주주권행사 분과 위원은 박상수 위원장(경희대 경영대 교수)과 조승호 대주회계법인 본부장,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 이상훈 서울시복지재단 센터장,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김우진 서울대 교수, 권종호 건국대 교수 등 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