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인사보복 안태근은 법정구속…'법관 블랙리스트' 양승태는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보다 수십배 무겁다."


23일 이뤄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검찰 측이 이날 법정구속된 안태근 전 국장을 비교 대상으로 꺼내들었다. 안 전 국장은 1심 재판에서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불이익을 준 혐의로 징역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바 있다. '법관 블랙리스트'로 수십명의 법관들에게 인사불이익을 준 양 전 원장의 혐의가 이보다 더 중대하기 때문에 구속이 필요하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었다.

양 전 원장은 이같은 검찰의 논리에 대해 "대법원장으로서 정당한 인사권 행사였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후배 판사들의 진술이 거짓이며 증거가 조작됐을 수 있다는 주장도 펼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시작돼 오후 4시까지 5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다. 양 전 원장은 핵심 물증으로 제시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수첩에 적힌 '대(大)'가 대법원장을 뜻한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 "사후에 조작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 전 원장이 다른 판사들의 진술을 부정하거나 거짓이라고 주장하자 검찰은 양 전 원장이 다른 판사들에게 증언을 번복하거나 부인하도록 해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며 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양 전 원장 측은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도주 우려가 없고 검찰 소환과 압수수색에 성실히 협조했다며 구속 필요성을 반박했다.
한편 같은 날 진행된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양 전 원장보다 오래 걸려 오후 5시20분까지 7시간 정도 진행됐다. 이날 심문에서는 새롭게 추가된 혐의인 '지인 형사재판 기록 열람'을 두고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에 대해 두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고교후배의 탈세 혐의 재판 상황을 알아본 혐의(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를 추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법관 쪽은 "사건에 대해서 단순히 조언해준 것 뿐"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은 심문을 마친 뒤 서울 구치소으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린다. 이들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는 23일 늦은 밤나 24일 새벽에 결정될 예정이다. 영장이 발부되면 구속, 기각되면 귀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