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日초계기 상황정리 안돼”…고노 외무상에 유감표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시내의 한 호텔에서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계기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만나 한일 갈등현안으로 떠오른 ‘레이더-초계기’ 문제에 대한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강 장관은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지난해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문제에 이어 최근 일본 초계기에 대한 레이더 조사(照射·비춤) 주장 문제 등 한일 양국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강 장관은 “특히 지난 18일 이후 오늘을 포함해 그동안 3차례에 걸쳐 일본 초계기의 우리 함정에 대한 저공 근접비행이 이어졌다고 들었다”며 “이런 행위로 상황이 정리가 안 되고 계속 진행되는 것을 우려스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일본 초계기는 이날 오후 2시3분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함정을 명확하게 식별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약 540m 거리에서 60~70ｍ의 저고도로 근접 위협 비행했다.

또 지난 18일 울산 동남방 81km 지점에서 율곡이이함의 1.8km까지 접근했다. 이어 22일에는 제주 동남방 83km 지점에서 노적봉함의 3.6km까지 근접해 저고도 위협 비행을 했다.


강 장관은 양국 갈등국면에도 외교채널을 통해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렇게 상황이 어려울수록 양국 외교당국간 절제되고 사려 깊게 문제를 관리하면서 양국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에 확고한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고노 외무상과 대화를 이어가면서 현안관리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올해에도 현안을 관리하면서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같이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고노 외무상은 “한일관계는 매우 엄중한 상황에 있으나 그러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강 장관과 직접 만나 회담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오늘 한일간 어려운 문제에 대해 솔직히 의견을 교환하고자 한다. 또 최근 북미간 움직임을 포함해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확실히 공조를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청구권협정상 ‘외교적 협의’ 논의 여부 주목

한일 외교장관이 만나는 것은 지난해 10월 30일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을 내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외교적 협의’에 대해서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청구권협정 3조1항에 따르면 협정 해석 등과 관련한 양국간 분쟁은 외교상 경로를 통해 해결하도록 규정돼 있다.

일본 정부는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청한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의 한국 자산 관련 압류조치’를 우리 법원이 승인한데 대해 지난 9일 우리 측에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양자 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외교부는 확답하는 대신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외교부는 강제징용뿐만 아니라 위안부 문제 등 다른 현안도 협의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 계기에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