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檢 정치자금법 위법판단…받아들일 수 없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23일 검찰이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을 자신이 소속된 민주당내 정치조직 '더좋은미래'에 후원한 점을 약식기소한 것과 관련 "도덕적으로, 법률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 전 원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정식기소를 하지 않은 것은 그 위법성의 정도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었는지 모르지만 저는 위법성의 경중이 아니라 위법성 판단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형일)는 23일 제19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 직전인 2016년 5월 정치자금 5000만원을 자신이 속한 '더좋은미래'에 기부한 혐의(정치자금법위반)로 김 전원장을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전원장이 벌금형을 받아들일 경우 사건은 재판없이 법원명령으로 마무리된다.

김 원장은 검찰 발표 두 시간 정도 후 페이스북에 입장을 내놨다. 그는 "검찰의 판단은 ‘더좋은미래’에 특별회비를 낸 것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근거하여, 선거법을 위반한 정치자금의 사용이 위법하다는 것이다"며 "선거법 위반도 아니고, 정치조직에 특별회비 낸 게 위법하다는 판단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먼저 선거법 위반 여부와 관련 김 전 원장은 "선관위와 검찰의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 선관위가 위법 소지가 있다고 유권해석한 선거법 조항은 113조 기부행위 제한 조항으로 선거시 당선을 위해 유권자를 매수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인데, 2016년 5월 특별회비를 낼 당시는 이미 4월 총선이 끝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저는 출마를 하지 못해 임기를 마치기 직전이었고, 더구나 이후 출마할 지역구를 가진 지역위원장도 아니었고, 지역위원장을 이후에 신청할 의사도 없었다"며 "이런 개인적 조건에서 일반 유권자 조직이 아닌 당소속 전·현직의원만이 회원인 정치조직에, 총회의 결의에 따라 특별회비를 납부한 것이 선거시 당선을 위해 유권자를 매수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의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법률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자금 중 임기를 마치며 남은 잔액은 국고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당에 귀속되는데, 어차피 당에 귀속될 정치자금 미사용분을 제가 속한 당소속 의원모임에 납부한 것이 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시절 피감기관 돈으로 여러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온 의혹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2018.06.15.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또, 이는 정당한 정치활동이라고 항변했다. 김 전 원장은 "정치활동을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정치자금법에 명시된 정치자금을 당소속 전·현직 의원들로만 구성된 정치조직에 특별회비로 납부한 것"이라며 "비록 벌금형 약식기소라도 위법하다는 검찰의 판단을 법률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강경대응했다.

그는 "정치자금법 2조는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하여 사용하도록 하고 있고, 이는 임기 이후 정치활동까지를 포함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로 알고 있다"며 "불법적인 정치자금 수수로 처벌된 사례는 다수가 있지만, 적법하게 모금하고 선관위에 증빙자료까지 첨부해 신고한 정치자금의 사용을 처벌한 전례는 제가 아는 한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 '더좋은미래'는 낡은 계파 정치를 청산하고, 정책 중심의 선진적 정당체제를 구축하자는 취지와 의정활동에서 유능한 국회의원이 되자겠다는 결의로 만든 조직이라며 정당한 정치활동이라고 부연했다. 김 전 원장은 "부족한 점은 있지만 19대부터 20대로 이어진 활동의 성과로 20대 전반기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를 연이어 배출했고, 탄핵과 정권교체,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국회 운영에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이에 대해서는 이후 법적 절차에 따라 부당함을 소명하고 바로잡을 것"이라며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한편 무혐의를 받은 해외출장건에 대해 그는 "해외출장건은 비록 공적 업무였고, 당시의 관행이었다 하더라고 피감기관의 경비로 출장을 간 것에 대해서는 법률적 판단과 별개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스스로 경계심이 느슨해진 점에 대해 자성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