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법원장 구속', 檢 출신 명재권 판사는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새벽1시57분쯤 양 전 대법관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사진제공=뉴스1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검사 출신 영장판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의 사법연수원 25년 후배이자 판사복을 입은지 10년에 불과한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52·연수원 27기)의 얘기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명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오전 10시30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진행하고 24일 새벽 1시57분쯤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967년 충남 서천 출신인 명 부장판사는 서울대부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27기로 수료했다. 1998년 수원지검 검사로 법조계 이력을 시작한 그는 전주지검 군산지청, 수원지검 성남지청, 서울동부지검, 청주지검 등에서 11년간 검사로 활동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한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46·27기)와 연수원 동기다.

명 부장판사는 2009년 수원지법 판사로 제2의 법조인 인생을 시작했고 서울고법, 창원지법, 수원지법 성남지원 등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에 부임했다. 서울중앙지법 근무는 2013년 이후 두 번째였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이 3인 체제로 운영해 온 영장전담부를 증원하기로 하면서 박범석(46·26기), 허경호(45·27기), 이언학(52·27기) 부장판사에 이어 4번째 영장판사가 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임민성 부장판사(48·28기)가 다시 합류해 현재 서울중앙지법의 영장판사는 총 5명이 됐다.

명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심사를 맡게 된 것은 양 전 대법원장과 공통된 근무이력이 없다는 점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42년간 판사로 근무했던 양 전 대법원장은 현재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에서도 박·이 부장판사와 함께 과거 대법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것을 비롯해 수많은 법관들과 근무 인연이 겹친다. 이에 비해 명 부장판사는 판사복을 입은지 10년밖에 되지 않아 양 전 대법원장과의 인연이 그만큼 적다.


실제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영장판사로 부임하자마자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박병대·고영한·차한성 전 대법관 등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이들의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당시 영장은 사법농단 수사를 수개월째 진행해 온 검찰에 처음으로 강제수사의 길을 열어준 계기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이날 명 부장판사의 영장 발부로 전날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양 전 대법원장은 그대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박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공모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외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공작 사건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에서도 임 전 차장 등과 공모해 정부 입맛에 맞춰 판결 결과를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