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구속 vs 박병대 前대법관은 옅은 미소와 함께 귀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24일 새벽 박 전 대법관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헌정 사상 최초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구속된 가운데 같은 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박병대(62·12기) 전 대법관은 구속을 피했다.

박 전 대법관은 24일 오전 2시50분쯤 구속 영장이 기각된 후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구속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침묵을 지킨 채 대기하고 있던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귀갓길에 올랐다.


박 전 대법관은 구치소를 빠져나오면서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구치소 문을 나오면서 직원들에게 인사한 뒤 곧바로 대기하고 있던 차량으로 향했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구치소로 이동했다.

허 부장판사는 서면 심리를 거친 뒤 이날 오전 1시58분쯤 "종전의 영장 청구 기각 후 수사 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고,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 한 차례 구속 위기에 놓였지만 법원이 영장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박 전 대법관에 대해 '공모 관계 성립에 의문이 있다'는 등의 사유를 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두 번째 영장청구서에는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의 법관 재임용 탈락 불복소송에 개입한 혐의, 고교후배이자 투자자문회사 T사의 대표인 이모씨의 부탁으로 이씨 탈세 관련 재판 진행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법원 형사정보시스템을 무단 열람한 혐의 등을 추가했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한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은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됐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수사 선상에 올라 구속까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 심사를 맡았던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의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