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배터리 전문 삼성맨 영입…'배터리 게이트'에 놀랐나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애플 아이폰의 배터리 모습. /사진=픽사베이

미국 전자업체 애플이 삼성SDI에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이끌던 고위 임원을 영입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배터리 개발 능력을 키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2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15년 10월부터 삼성SDI연구소에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을 이끌던 안순호 전 전무가 지난해 12월 애플로 자리를 옮겼다. 직함은 '배터리 개발 글로벌 대표(Global Head of Battery Developments)'. 애플의 배터리 개발을 총괄하는 역할로 추정된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전자업체인 애플은 그동안 자체 공장 없이 100% 외주생산에 의존해왔다. 여러 회사로부터 부품을 사들여, 중국 등에서 조립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애플이 모든 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하지는 않는다. 스마트폰 등에서 사용되는 모바일 프로세서 같은 핵심 부품은 자체 개발해 사용한다.

최근에는 개인용 컴퓨터(PC)용 프로세서와 마이크로LED로 불리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이동통신 기기인 모뎀 등의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애플이 광산업체로부터 코발트를 직접 구매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코발트는 배터리의 핵심 원료 중 하나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안 전 전무 영입에 대해 "다른 회사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2017년 말 발생한 '배터리 게이트'도 애플이 배터리 개발을 시작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애플은 사용자 몰래 배터리 사용기간에 따라 기기 성능이 떨어지도록 조작했다. 배터리가 오래될수록 성능이 떨어지는데, 이에 대한 사용자 불만을 줄이기 위해 다른 기능을 제한한 꼼수였다.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애플은 지난해 한시적으로 배터리 교체 비용을 크게 깎아줬다. 이를 이용한 사용자가 1100만명에 이른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배터리를 교체한 사용자들이 기기 교체시기를 뒤로 미루면서, 아이폰XR 등 신제품 판매에도 악영향을 줬다"고 했다.

애플이 삼성 고위 임원을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도 윤구 전 삼성전자 상무가 애플코리아 대표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