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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데 "자고 가라"는 시어머니…남편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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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데 "자고 가라"는 시어머니…남편이 나섰다

머니투데이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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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0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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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아내 위해 필요한 '센스'…서로 곤란한 상황에선 '철벽' 쳐주고, "고생했다"며 쉬게 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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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결혼 2년차인 직장인 김은지씨(33·가명)는 지난해 추석, 남편에게 고마웠던 기억이 있다. 결혼 후 명절은 첨이라, 시가에 가기 전 잔뜩 긴장한 채였다. 하지만 전날 밤 생리가 시작됐고, 통증이 심했다. 진통제를 먹고 어떻게든 시가에 갔는데, 통증이 쉬 멈추질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시어머니는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하루 자고 가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김씨가 우물쭈물 하고 있을 때, 그의 남편이 나서서 "엄마, 죄송하지만 회사에 처리할 일이 생겨 오늘 가봐야 할 것 같다"며 "대신 다음에 오면 하루 자고 가겠다"고 완곡히 거절해줬다. 김씨는 "자고 가든, 안 자고 가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남편이 생각해주는 맘이 느껴져 무척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명절이 다가오면 부부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단어가 있다. 다름 아닌 '센스(sense)'다. 사전 해석은, '사물에 대한 감각이나 판단력' 정도로 나와 있다. 하지만 통상 "센스 있다"란 말에서 느껴지는 속뜻은 '눈치'다. 더 깊이 있게는 '배려'로 여겨진다. 상대방이 원하는 걸 말하기 전에, 눈치 빠르게, 생각하고 고민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센스가 명절 때 더 빛을 발하는 이유는 양가(家)가 주는 부담 또는 무게감에 있다. 남편·아내가 서로의 가족을 방문했을 때, 곤란하거나 원하는 걸 쉬 말할 수 없기 때문. 아직까지 침묵과 인내가 '예의'라 생각하는, 한국 사회 분위기에선 더 그렇다. 그래서 배우자가 대신 철벽을 쳐주고, 내편이 되주고, 배려해주면 "센스 있다"는 칭찬을 듣게 된다. 그리고 명절 갈등 대신, "고맙다"는 인사가 오가게 된다.

결혼 4년차인 서영석씨(35)는 지난해 설 명절 때 아내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 처가에 갔을 때 저녁 술자리가 시작되던 참이었다.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약을 먹고, 술을 자제하란 의사 권고를 듣던 터라 서씨는 마실 수 없는 상황. 하지만 그는 '예스맨(yes man: 뭐든 좋다고 하는 사람)'이라 장인어른이 주는 술을 받겠다고 이미 술잔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때 서씨 아내가 "아빠, 오빠 지금 아파서 술 먹으면 안된다"며 대신 얘기를 전해줬고, 다행히 술을 안 마시게 됐다. 서씨는 "아내가 센스 있게 나서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며 "그 때부터 시가에 가도 아내 입장에서 어떨지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두 쌍둥이 엄마인 오은영씨(36·가명)는 젖몸살이 극심해, 어쩔 수 없이 모유 대신 분유로 바꿨다. 그런데 지난해 설 명절, 시가서 이게 화두가 됐다. 시어머니는 "아픈 건 안타깝지만 그래도 완모(완전 모유수유)를 하는 게 좋지 않느냐"며 은근히 눈치를 줬다. 오씨가 "좀 힘들어서 그렇다"고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그의 남편이 "은영이가 가만히 있어도 너무 아파서 잠도 못 자고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다"며 "요즘 분유도 영양분 다 있게 잘 나와서 아무 문제 없다. 그냥 분유 먹이겠다"며 대신 대꾸해줬다. 오씨는 "남편이 생각해주는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됐는지 모른다"고 고마워했다.

서로 눈치가 빠르지 못하다면, 결국 '소통'이 중요하다. 결혼 3년차인 최은경씨(32)·김세환씨(36) 부부는 명절 때마다 한 번씩 싸웠었다. 지난해 설 명절 때 대판 싸운 뒤, 각자 서로에게 바라는 것들을 얘기했다. 그중 꼭 지켜줬음 하는 것들을 종이에 쓴 뒤, 코팅해서 붙였다. 그리고 지난해 추석 땐 처음으로 싸우지 않았다. 김씨는 "이번엔 처가에 먼저 가자"고 했고, 최씨는 "장거리 운전이니 나도 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서로 알아서 눈치껏 해주면 좋겠지만, 대부분 그러지 못한다"며 "솔직하게 얘기해서 바뀌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이때 소통 방식도 중요하다. 언어교육, 교육심리 전문가인 정유희 작가는 저서 '듣고 싶은 한 마디, 따뜻한 말'에서 "'너-메시지'가 아닌, '나-메시지'로 말해야 한다"고 했다. '너-메시지'란, 당신은 틀렸고 나는 옳으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걸 뜻한다. 반면 '나-메시지'는 상대방 행동과 상황, 그리고 그 결과나 영향에 대해 알려주면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부부 사이에 싸울 때 "당신 왜 이렇게 센스가 없어?"하면 '너-메시지'이고, "당신이 내 상황을 알아주지 않으니 너무 힘들어"라고 하면 '나-메시지'이다. 정 작가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긍정적 사고가 담겨 있기 때문에 따뜻한 관계를 맺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남형도
    남형도 human@mt.co.kr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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