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결단 내릴까…美中 워싱턴서 세기의 무역담판

【부에노스아이레스=신화/뉴시스】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찬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던 미중 무역갈등은 이날 회동을 통해 휴전으로 일단 봉합됐다. 2018.12.02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시작된다. '휴전 시한'을 한달가량 앞두고 열리는 첫 고위급 협상인 만큼 전체 협상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분수령이다. 미중간의 무역 불균형 해소, 불공정을 야기하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이슈, 이행 점검 매커니즘 등 미국의 요구사항이 분명한 만큼 중국이 얼마나 이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협상 결과가 좌우될 전망이다.

◇첫 고위급 협상…기대반 우려반 = 이번 만남은 지난해 12월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만나 올해 3월1일까지 추가 관세 공격을 멈추고 협상에 나서기로 한 뒤 갖는 첫 고위급 협상이다. 미국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단장으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 등 핵심 경제라인이 총출동한다. 중국측도 류허 부총리를 대표로 이강 인민은행장, 닝지저 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랴오민 중앙재정위원회 부주임 겸 재정부 부부장, 정쩌광 외교부 부부장, 뤄원 공업정보화부 부부장, 한쥔 농업농촌부 부부장, 왕서우원 상무부 부부장 등 모든 논의가 가능한 수준으로 협상단을 꾸렸다.

지난 7~9일 베이징에서 있었던 차관급 협상에서는 무역 불균형 해소와 관련해선 성과가 있었지만 구조적인 이슈와 이행 점검과 관련해선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미국측 협상 단장을 맞고 있는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차관급 협상 직후인 11일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공화당·아이오와)을 만난 자리에서 "'구조적 이슈'와 관련해선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윌버로스 상무부 장관도 지난 2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타결까지는 몇 마일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고 답했다.

어떤 식으로든 타협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중국은 경제의 하방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미국도 중국 시장 영향을 받는 기업들의 실적 부진, 주식시장 약세 국면에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까지 겹쳐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3일 (현지시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류허 중국 중앙위 정치국 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가 미중 3차무역협상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조 이슈-이행 점검 체계 마련이 승패 가른다= 핵심 쟁점은 구조 이슈와 이행 점검 문제다. 백악관은 지난해 12월 휴전과 협상 돌입을 선언하면서 중국의 강제적인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보호, 국유기업 지원을 포함하는 비관세장벽, 사이버 침입·절도 등 구조적인 이슈를 협상 테이블에 올린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의 요구 수준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올해 1월1일부터 중국 최고인민법원에 지식재산권 법원을 설립, 특허 소송 등을 전담하도록 했고, 외국인투자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강제 기술이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새로운 외국인투자법 제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계도 있다. 미국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국가가 중심이 돼 경제를 키우는 그동안의 발전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대 충양금융연구소의 류잉 연구원은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의 농산물과 에너지, 그리고 다른 상품들을 더 많이 구매하고, 미국 금융회사들에 문호를 더 개방하고,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에 합의할 수 있다"면서 "대신 미국은 중국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계속해선 안되고, 중국 경제의 발전 경로를 바꿀 수 없다. 이것이 중국의 최종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법과 제도보다 당이 우위에 있는 중국 통치 시스템의 특성상 이행을 강제하고 점검하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도 미국의 핵심 요구 사항이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전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식재산권 보호와 중국의 강제 기술 이전 요구 중단, 중국의 합의 이행이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쟁점"이라며 "중국 측도 합의 이행 여부를 확인할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위안화 환율-화웨이 사태 복병= 위안화 환율 문제가 어느정도로 다뤄질도 관심이다. 므누신 장관은 24일 미국 주요 도시 시장들이 참석한 한 콘퍼런스에서 "환율은 언제나 논의의 일부였고 목록(협상의제 목록)에도 있다"고 말해, 논의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자국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미국의 부를 빼돌리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고의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실제로 환율이 무역 경쟁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무역 불균형 해소 논의 과정에서 위안화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중국 외환당국의 수장인 이강 인민은행장이 이번 협상단에 포함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미국 연방 검찰이 이번 협상을 앞둔 28일 첨단기술 절취, 이란 재제 회피용 금융사기 등의 혐의로 세계통신장비업계 1위 중국 화웨이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기소한 것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므누신 장관은 29일 폭스 비즈니스에 출연해 "별개의 이슈이자 별개의 대화"라고 강조했지만 중국은 이번 기소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는 압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일부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화웨이와 멍완저우에 대한 미국의 범죄 혐의 기소가 상황을 더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