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담판' 향하는 美中 무역협상… 아직 첩첩산중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1월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무역협상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한 류허 중국 부총리를 만나고 있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협상대표단으로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낸 친서를 전달받고 미중 무역협상이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019.02.01.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끝난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에 대해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면서 휴전 시한인 3월1일 이전 협상 타결 기대감을 높였다.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등 구조적 이슈와 이행 점검 메커니즘 등 핵심 쟁점에도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아직 합의가 된 것은 아니라는 점과, 추가 고위급 협상, 미중 정상간 담판 등을 예고해 최종 타결까지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평가다.

◇타결 의지 보인 미중…3월1일 시한까지 마라톤 협상 예고= 1일 트럼프 대통령과 미중 무엽협상단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고위급 협상은 중국 정부가 난색을 표시했던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시장 접근 완화, 강제적인 기술 탈취 금지,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 등 구조적 이슈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합의) 이행 문구를 갖게 될 것이라고 해 중국 측과 합의 이행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동시에 아직 합의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점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이 현재 하고 있는 금융 서비스뿐만 아니라 우리의 제조업, 농민과 기타 미국 기업 및 산업에도 시장개방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것 없는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양측은 휴전 시한인 3월1일까지 마라톤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춘절 연휴(2월4~10일) 기간 중 짧은 휴식기를 거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베이징을 방문해 추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고, 합의 단계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만날 예정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두 정상은 2월말 만나 최종 무역 담판을 시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워싱턴=AP/뉴시스】30일(현지시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주축으로 한 미국 측 고위관리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백악관 아이젠하워 빌딩에서 협상을 하고 있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은 이날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2019.01.31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국유기업 지원, 이행 점검 매커니즘 '핵심 쟁점'=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얻으려는 것에는 미중간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 이행 및 점검 매커니즘 마련 등 크게 세 가지다. 구조적인 이슈에는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강제 기술 이전 금지, 외국기업의 시장접근 개선, 국가 보조금 등 중국의 불공정한 산업 기술 육성 정책 조정 등이 포함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위급 협상 내용을 브리핑 받은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을 인용해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이 미국에 일부 양보 조치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미국산 농산품과 에너지 제품 수입 확대 및 제조업과 금융서비스 업종에 대한 미국 자본 허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중국이 그동안 이견이 컸던 구조적 이슈와 이행 매커니즘에 대해서도 개선 의향을 내비쳤으나 미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시장 접근 개선 등에 있어선 자체적인 수요 등을 들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강제적 기술 이전에 대해선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고,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산업 기술 정책에 대해서도 조정이 쉽지 않는 입장이었다. 이행 점검 매커니즘 역시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중국에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 결국 양측의 견해가 차가 큰 이들 쟁점을 놓고 마지막까지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협상 타결돼도 미중간 대결은 계속= 양측의 타협 의지가 다시 확인된 점은 긍정적이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2월말쯤 중국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하이난에서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휴전 만료일인 3월1일 이전에 협상을 매듭짓자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도 구체적인 합의가 미진함에도 이번 고위급 협상에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표현하는 등 협상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양측의 합의 의지로 볼 때 현재로선 두세 가지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우선 양측이 구조적인 이슈와 이행 점검 메커니즘을 포함한 전체 쟁점에 대해 현실적인 수준의 타협을 보고 협상을 끝내는 것이다. 미중 양국의 1순위 목표다. 이 경우에는 합의문에 담길 내용에 따라 양측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다음은 휴전 시한을 연장하고 협상을 이어가는 방안이다. 이 경우는 합의한 부분을 우선 발표하고 추가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과 중간 발표 없이 협상 시한만 늘리는 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빅딜이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합의가 연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결론이 나건 이번 협상으로 미중간 충돌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데 많은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두 국가,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 전쟁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인 박한진 코트라 중국지역 본부장은 "미국은 중국의 미래 경쟁력을 조기에 진압하기 위해 구조적인 변화를 끌어내려고 하고 중국은 이를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중 관계는 싸우다 춤추다를 반복하는 '박싱 앤 댄싱(boxing and dancing)' 흐름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