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중견기업 스타트업 육성 위해 뭉쳤다

"지역 내 대표 중견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찾아내는 '등대'(라이트하우스)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고병철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 공동대표(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우수한 스타트업에 재무적 투자뿐 아니라 조선, 화학, 자동차, 인프라 등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서 중견기업과 실질적인 협업까지 이끌어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라이트하우스는 2017년 3월 선보그룹 2세 최영찬 공동대표가 부산, 울산, 경남 지역 중견기업인들과 공동으로 설립한 중견기업 연합 VC다. 지역 중견기업들이 함께 세운 VC는 라이트하우스가 처음이다. 지난해 5월 KTB네트워크 출신인 고 대표가 합류하면서 현 운영체제를 갖췄다. 고 대표는 2000년부터 18년간 KTB네트워크에서 경력을 쌓은 벤처투자업계 베테랑이다.

다양한 협업 네트워크는 라이트하우스의 강점이다. 전통 제조업 기반의 중견기업들이 주주나 투자조합 출자자로 참여했다. 주요 주주는 선보유니텍, 명진TSR, 조광페인트, 기성전선, 오토닉스, 부산연합기술지주 등이다. 매달 중견·스타트업, 투자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얘기할 수 있는 라운드테이블 행사도 연다. 지난해에는 부산, 대구, 울산 지역 등에서 22번의 네트워킹 행사를 열고 82개 스타트업의 기업설명회(IR)를 진행했다. 국내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투자사들도 참석했다.

고 대표는 "조선 철강 자동차 인프라 등 중견기업들이 주주와 출자자로 참여하면서 스타트업 발굴부터 기업가치 확대, 기업 성장, 인수합병(M&A)까지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투자체계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관계사인 선보엔젤파트너스와 연계 투자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선보엔젤파트너스는 최 대표가 2016년에 세운 초기투자 전문 액셀러레이터다.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사업인 '팁스'의 운영사 중 하나다.


현재 라이트하우스가 운용 중인 투자조합은 KDB중견기업연합투자조합1호, 울산청년창업투자조합 모두 2개다. 운용자산(AUM) 규모는 각각 413억원, 120억원씩이다. 두 조합에서 지난달까지 투자한 스타트업은 모두 14개다. 누적 투자금액은 148억원으로 스타트업 1개사당 투자규모는 10억원 안팎이다. 산업용 협동로봇을 만드는 뉴로메카, 안과용 냉각마취기기를 개발한 리센스메디컬, 가상현실(VR)용 소프트글러브를 제작한 필더세임, 교육·학습관리 플랫폼 클래스팅 등이 대표적인 투자 기업이다. 이 가운데 리센스메디컬, 필더세임 두 곳은 선보엔젤파트너스에 이어 후속투자를 한 곳이다.

올해는 투자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선보엔젤파트너스와 협업 투자를 포함해 신규투자 예정인 스타트업은 15개다. 고 대표는 "스타트업들의 성장 단계에 맞춰 지속적인 재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연계 네트워크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부울경 지역 외에도 대구와 광주 등 다른 지역 중견기업까지 협력망을 확대하고,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실질적인 시너지 사례도 배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