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OPEC에 '철퇴'…'NOPEC' 담합금지법안 재차 추진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 위치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AFPBBNews=뉴스1

미국 의회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4일 초당적 지지를 받아 하원에 상정된 '석유생산자담합금지법(NOPEC)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NOPEC이 하원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상원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다. 공화당의 척 그레이슬리 상원의원이 상정한 이 법안은 민주당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 양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레이슬리 의원은 "석유 카르텔과 그 회원국들은 우리가 그들의 반경쟁적인 행위를 중단하는데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OPEC은 석유 가격을 사실상 담합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들을 자국의 반독점법을 적용해 처벌하지 못한다. 국제법상 한 국가가 다른 나라를 자국 관할에 둘 수 없다는 주권면제 원칙 때문이다.

NOPEC은 석유 가격 담합에 참여한 국가에 이같은 주권면제 원칙을 더 이상 적용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국을 상대로 반독점법 혐의를 적용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내 자산을 몰수할 수도 있다. 이는 OPEC의 실질적인 리더인 사우디아라비아에게도 타격을 줄 전망이다. 사우디는 미국 최대의 정유시설을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 내 천연가스 자산 취득을 추진 중이다.


미국 의회는 지난 20년 간 NOPEC 법안을 상정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미 의회가 지난 2007~2008년에 가결한 NOPEC 법안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입법이 좌절됐다. 지난해 6월에도 하원 법사위는 NOPEC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하원 본회의 표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 의회가 NOPEC을 상정했다는 사실만으로 국제사회에는 압박이 되고 있다. 앞서 카타르는 지난해 57년 만에 OPEC에서 탈퇴했는데 그 이유로 NOPEC 법안이 지목되고 있다. 카타르가 미국 텍사스에서 진행 중인 100억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투자가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지난 12월 NOPEC을 이유로 사우디와 러시아를 주축으로 삼은 새 석유관리기구를 출범하자는 사우디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NOPEC이 제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OPEC의 가격 담합에 대해 수차례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라피단 에너지 그룹의 로버트 맥널리 대표는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NOPEC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에 힘입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 하나만 적으면 통과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미국석유협회(API)와 미 상공회의소는 이번 주 하원 법사위에 서한을 보내 NOPEC이 통과되면 OPEC 회원국들이 미국 에너지 회사 및 정부에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어 미국이 셰일 혁명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면서 OPEC 처벌이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