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검찰, '유우성 간첩' 증거조작 알고도 묵인 가능성"

지난 2017년 11월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유우성씨와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사건 변호인단이 국정원개혁위원회 조사결과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검찰이 '유우성 간첩 조작사건' 수사 당시 국가정보원 수사팀이 제출한 증거가 조작된 사실을 알면서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8일 나왔다.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원회는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검찰 과거사위는 지난달 28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유우성 간첩 조작사건에 관한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이렇게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유우성 간첩 조작사건은 검찰이 탈북 뒤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우성씨를 2013년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출입경기록이 위조서류임이 밝혀진 사건이다.

유씨의 간첩 혐의는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간첩 혐의의 핵심 증거인 유가려씨(유씨의 동생) 진술이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과거사위는 지난해 4월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권고했다. 이에 대검은 진상조사단을 꾸려 Δ유가려씨에 대한 가혹행위·변호인 접견교통권 방해 의혹 Δ1심 재판과정에서 증거 은폐 의혹 Δ검사의 출입경기록 등 증거조작의 인식 여부 Δ증거조작사건에 대한 검찰 진상조사팀의 수사 적정성 여부를 조사했다.

과거사위는 국정원이 유씨의 동생 가려씨로부터 '자신과 유우성이 북한 보위부에 포섭된 간첩'이라는 자백을 받는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던 가려씨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신청을 국정원이 위법하게 불허하고, 검사는 이를 용인하거나 적극 협력했다고 결론내렸다.

유씨에게 유리한 증거인 유씨의 통화내역과 가려씨의 진술서는 누락됐다가 1심 재판과정에서 뒤늦게 증거로 제출됐는데, 국정원이 의도적으로 은폐행위를 한 것으로 재판부는 봤다. 수사 검사도 기록검토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검사가 영사확인서, 출입경기록 등 국정원이 제출한 조작증거의 출처, 확보 경위, 신빙성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검사가 국정원이 제시한 증거가 허위임을 알면서 묵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과거사위는 "유씨 수사와 공판에 관여한 검사들은 국정원 조사과정에서 생성된 진술 및 국정원이 입수한 증거들의 진정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많은 요인이 존재하고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며 "그럼에도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일부 증거는 허위임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로서 인권보장 의무와 객관의무를 방기해 국정원의 인권침해 행위와 증거조작을 방치하고 국정원에 계속적인 증거조작을 기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2014년 검찰이 증거조작 의혹을 밝히기 위해 꾸려진 검찰 진상조사팀의 수사 결과 역시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과거사위는 "검사의 과오와 책임을 규명하기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며 "특히 증거조작 가담자들이 기소된 직후인 2014년 5월, 이미 기소유예 처분한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로 유씨를 추가기소한 것은 공소권을 남용한 유씨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검찰권 행사에 의해 억울하게 간첩의 누명을 쓰고 장시간 고통을 겪은 피해자에게 검찰총장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대공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가 해외에서 생성된 문건일 경우 진위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탈북민의 진술증거에 대한 추가적 검증절차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신문과정에서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