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침체 확인한 中 춘제… 소매·관광 등 모두 부진(종합)

중국 춘제 황금 연휴(2월 4~10일)는 통상 중국의 강력한 소비력을 확인하는 무대가 돼 왔지만 올해는 예외다. 올해 춘제 소매·요식업 매출, 국내 관광 수입, 극장 박스오피스 매출 등 주요 소비 지표들이 모두 지난해보다 부진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중국의 내수부양 노력이 가속화됨과 동시에 미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재촉하는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상무부는 10일 춘제 연휴 열흘간 중국 내 소매·요식업 매출이 1조50억위안(약 166조65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춘제 소비 증가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05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증가율에 비해 1.7%포인트 내려간 것으로 2011년 증가율(19%)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 올해는 전자 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의 춘제 매출이 전년 대비 42% 급증했지만,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출이 급감했다.


중국 문화여유국 산하 여유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춘제 기간 중국 국내 여행객수도 4억1500만명으로 전년 대비 7.6% 증가해 지난해 상승폭(12.1%)보다 작았다. 관광 수입 역시 지난해보다 8.5% 늘어난 5139억 위안(약 85조2100억원)으로, 작년 춘제 연휴 증가율 12.6%를 밑돌았다. 국내 여행에 비해 비중이 작은 해외 여행은 급증세가 이어졌다. 국가이민관리국에 따르면 춘제 기간에 중국 출입경 심사를 받은 사람은 125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다. 여행과 친지 방문 등 개인적 목적으로 중국 본토 밖을 드나든 본토 주민은 722만명으로 16% 증가했다.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 분석기관 마오옌에 따르면 극장 수입도 58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 성장에 그치면서 시장 예상(약 60억 위안)에 미치지 못했다. 작년 춘제 연휴 박스오피스 수입 증가율이 60%를 넘은 것에 비하면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된 것이다. 특히 춘제 연휴 동안 영화를 본 관객수는 1억 3000만명으로 작년 춘제 연휴보다 10% 감소했다고 영화 연구기관 덩타연구원이 밝혔다. 관객수가 줄었는데도 박스오피스 수입이 감소세를 면한 건 평균 영화 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매년 춘제와 10월 국경절(건국기념일)을 전후로 긴 연휴가 이어지며, 이는 소매업에는 대목이다. 특히 춘제 매출은 향후 1년 소비시장을 예상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하이난성의 한 거리에서 민속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중국 경제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 위축도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부채 감축 정책 및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기업이 어려워지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지난해 11월 한달 중국의 소비 증가율은 8.1%로 2003년 5월(4.3%) 이후 15년여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해 전체 소비 증가율도 평균 9%로, 처음으로 한 자릿수대에 진입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소비 진작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로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는 한편, 다양한 감세 정책으로 내수시장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의 구매에 보조금을 주는 내수 부양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 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내수 살리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이 예상되면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추세다.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했던 중국 내부에서도 현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중국 관영 경제매체인 경제참고보는 이날자 1면 사설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3%포인트 하락한 6.3% 전후로 전망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6%까지 떨어질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6.6%를 기록,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사건의 여파가 이어졌던 1990년(3.9%) 이후 가장 낮았다.

중국의 경기 둔화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잇따르면서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조기에 타결해야 하는 중국 정부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14~15일 베이징에서 장관급 무역 협상을 진행한다. 이에 앞서 11일부터 차관급 실무 협상에 돌입했다. 오늘 3월1일까지가 협상 시한임을 감안하면 이번 협상에서는 큰 틀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