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벌크업 나서는 한화그룹…M&A 성공사례 이어가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5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열리는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는 버스가 출발하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로 들어서고 있다.

한화그룹이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M&A(인수합병) 역사가 재조명된다. '인수 후 육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롯데카드 인수전의 중심에 선 터라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김승연의 한화는 M&A로 성장해 왔다. 매번 대형 매물이 나올 때마다 큰손 역할도 했다. 인수한 후에는 대부분 기업가치가 높아졌다. 알짜기업 인수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김 회장의 경영 공식이다.

1981년 총수에 오른 김 회장은 이듬해인 1982년 곧바로 M&A에 나서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현 한화케미칼)을 인수했다. 인수 당시 매출 1620억원이던 한화케미칼 (24,900원 ▼600 -2.35%)을 매출액 10조원(2017년 9조3418억원)짜리 회사로 키웠다.

2002년에는 누적손실이 2조3000억원이던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인수해 6년만에 흑자 전환시켰다. 한화생명 (2,625원 ▼10 -0.38%)은 총자산 100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영업이익만 6501억원을 냈다. 2012년엔 독일 태양광업체 큐셀(현 한화큐셀)을 인수, 그룹의 신성장 설계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2015년 삼성과의 '방산·화학 빅딜'은 '김승연 M&A'의 백미다. 약 2조원을 들여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과 삼성토탈(현 한화토탈),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까지 인수했다.


성과는 숫자가 말해준다. 한화토탈은 2017년 1조516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만 9963억원이다. 그룹 내에서 지주사를 제외하고 영업익 1조를 내는 계열사는 한화토탈이 유일하다. 한화종합화학도 2017년 5706억원을 벌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1조9000억원 규모 공급계약을 따내는 잭팟을 터트렸다.

성공의 역사만 주목받는 게 아니다. 김 회장은 2008년 매물로 나온 대우조선해양 (32,700원 ▼600 -1.80%) 인수에 6조3000억원을 써냈다. 세간의 예상은 물론 매각 주체인 KDB산업은행도 놀란 과감한 베팅이었다. 결단만큼 포기도 과감했다. 노조 반발과 업황 정체가 겹치자 수천억원의 이행보증금을 포기하고 발을 뺐다.

조선경기는 2008년을 정점으로 급격하게 꺾였다. 대우조선뿐 아니라 조선업계 전체가 여전히 긴 암흑기를 통과하고 있다. 김 회장이 '승자의 저주'를 피한 셈이다.

한화생명이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까지 인수에 성공한다면 한화그룹은 재계 순위를 8위(공정위 기업집단 평가 기준)에서 6~7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M&A 추진의 가운데에는 김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있다. 형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태양광과 화학 계열을, 김 상무가 금융 계열을 맡은 구도에서 김 상무가 롯데카드 인수에 성공한다면 큰 성과다. 대형 M&A는 오너인 김 회장의 경영 DNA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상무가 M&A 관련 사안을 모두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 구도대로 그룹이 분할된다면 롯데카드 인수는 트로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화그룹의 금융 라인업에는 한화생명, 한화손보, 한화증권, 한화자산운용, 한화저축은행이 포진해 있다. 안 그래도 "알짜배기는 김 상무가 맡은 금융"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카드사가 포함될 경우 수익구조는 더 탄탄해진다. 또다른 한화그룹 관계자는 "카드사 인수는 금융계열은 물론 한화갤러리아 등 계열사와 시너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이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사진 오른쪽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사진제공=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