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속 공포기억 ‘빛 자극’으로 지운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양측성 시각 자극을 사용한 공포기억 반응-감소의 효과/자료=IBS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 연구팀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일명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심리치료 요법의 효과를 세계 최초로 동물실험으로 입증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뇌 회로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고통스러웠던 상황의 기억으로 인해 공포반응을 보이는 생쥐에게 좌우로 반복해서 움직이는 빛 자극을 줬다. 그 결과 행동이 얼어붙는 공포반응이 빠르게 감소했다. 시간이 지난 후나 다른 장소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경우에도 공포 반응은 재발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또 행동·관찰 실험, 신경생리학 기법을 통한 실험 과정에서 뇌 영역 중 공포기억과 반응에 관여하는 새로운 뇌 신경회로가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공포반응 감소 효과는 시각적 자극을 받아들이는 상구(안구운동 및 주의집중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서 시작해 중앙 내측 시상핵(뇌에서 후각을 제외한 각종 감각정보를 받아 대뇌 피질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구조체)을 거쳐 편도체(공포기억을 저장하며 공포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잘 알려진 뇌 영역)에 도달하는 신경회로에 의해 조절된다.

연구팀은 “상구→중앙 내측 시상핵→편도체로 이어지는 신경회로를 광유전학 기법으로 강화하자 공포반응 감소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고, 반대로 억제하자 공포 반응 감소 효과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신희섭 단장/사진=IBS

이번 연구는 경험적으로만 확인된 심리치료 기법 효과를 동물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이를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법의 과학적 원리를 밝혔다는데 의의가 있다. 연구팀은 “정신과에서 활용되는 심리치료법의 효과를 동물실험으로 재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신희섭 단장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단 한 번의 트라우마로 발생하지만 약물과 심리치료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공포기억 억제 회로를 조절하는 약물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에 집중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쉽게 치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