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투자 ‘차세대 원천·인프라·공공’ 위주로…민간투자 유인 방점

자료=과기정통부

정부가 R&D(연구·개발) 투자 새판짜기에 본격 나섰다. 정부가 민간이 꺼려하는 리스크 큰 기술 개발과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위주로 투자해 민간투자를 유인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찾아 개선책도 함께 마련하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민간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 R&D 중장기 투자전략(2019~2023년)’을 마련, 14일 열린 제4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정부 R&D는 정부가 주축이 돼 투자 유망 분야를 선정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앞으로는 민간에서 예측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투자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구분하는 형태로 전환한다. 과기정통부 측은 “이번 전략은 과학기술기본계획 이행을 거시적 투자 관점에서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립했다”고 말했다.

적용 대상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예산 조정을 담당하는 기초연구와 정보통신(IT), 기계소재, 에너지, 생명, 환경 등 과학기술 분야 정부 R&D 사업이다.

투자분야는 주력산업, 미래·신산업, 공공·인프라, 삶의 질 등 4개의 기술영역과 혁신생태계라는 정책영역으로 나눴다.

세부투자전략은 정부 R&D 조사분석 결과, 민간의 R&D 투자규모, 기술별 산업화 속도 등 정량적 분석에 산·학·연 전문가와 일반시민 42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의 정성적 의견을 종합하는 방식으로 마련했다.


이번 정부 R&D 중장기 투자전략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주력산업’ 분야에서 정부는 민간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차세대 원천기술 확보, 관련 인력 양성 등을 비롯해 단기간에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사업 위주로 자금을 지원한다.

‘미래‧신산업’ 분야는 4차 산업혁명 대응, 혁신성장 등을 위한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투자와 함께 적극적인 제도개선을 병행, 산업 기반을 확충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

강건기 연구개발투자심의국장은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의 기반이 되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콘텐츠 핵심기술과 관련된 기반 구축에 중점 투자하고 R&D와 제도개선을 연계한 ‘패키지형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인프라’ 분야는 정부가 공공성 중심으로 투자하고, 점진적으로 민간의 주도적 역할 확대를 유도한다. 우주, 원자력 등 대형연구분야는 공공수요 계획에 따라 맞춤형으로 투자하고, 핵심기술 자립도 추진한다. 아울러 건축, 사회기반시설 등의 분야는 정부 R&D를 마중물로 삼아 시장성이 높은 기술에 대한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삶의 질’ 분야는 공공서비스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는 분야 중심으로 ‘민·관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는 식의 투자가 이뤄진다. 특히 미세먼지, 재난‧안전, 국토‧해양오염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영역의 ‘사회문제해결형 투자’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혁신생태계 분야는 혁신 기반 확대를 위해 지역 수요 중심의 지역 R&D를 확대하는 등 지역 자체 혁신역량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투자한다. 또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이를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기관별 예산배분 구조를 조정할 계획이다.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정부의 투자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지만 앞으로는 민간과 정부 간 역할분담과 협력을 통해 전략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전략은 투자의 중장기적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분야별로 정부 투자의 방향성을 적기에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