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독자제재 풀기 어렵지만, 개성·금강산 재개 가능할 것"

③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미국의 독자제재 완화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핵문제뿐 아니라 북한의 시장화와 인권 등 체제 문제까지 해결돼야 한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6일 머니투데이 the300과 인터뷰에서 본격적인 대북 투자가 가능할 수 있는 수준의 제재완화까지는 험로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유엔 대북제재가 완화돼도 미국 독자제재가 완강해서다.

다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결실을 맺는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북한 노동력을 활용한 임가공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사진=권다희 기자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제재가 어느 정도 완화돼야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벌크캐시(대량현금)’ 문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벌크캐시 항목은 2013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2087호에 처음 명시됐다. 이후 2017년 채택된 안보리 제재 2375호에 명시된 북한과의 합작 금지 문제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먼저 풀려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합작 사업인지 여부에 대한 해석은 갈릴 수 있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서 유권해석을 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 시설 개보수에 반입되는 물자가 2017년 12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안 2397호에 거의 대부분 저촉되는 만큼 이 문제도 풀어야 한다.

벌크캐시 문제를 푸는 건 그 이후 단계다. 관광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므로 앞단의 문제와 벌크캐시 문제를 해결하면 금강산 관광은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개인 관광객들의 카드 결제 등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또 다른 과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개성공단은 금강산관광보다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은 2375호의 합작금지, 2397호의 물자반출 금지에 더해 북한 노동력을 활용한 생산물을 미국으로 수입할 수 없게 한 미국 독자제재와도 연관돼 있다. 여기 관여된 업체들을 미국 정부가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컷) 할 가능성을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문제들이 다 해결되면 벌크캐시 문제를 푸는 단계가 된다. 여러 우회 방법이 있으나 2017년 이후 만들어진 안보리 제재와 미 독자제재 논의가 끝나고 나서 논의할 문제다. 단순히 벌크캐시 문제만 해소하면 되는 단계가 아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거두면 '개성, 금강산'의 재개가 가까운 시일 내 가능할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합의를 해도 ‘행동 대 행동’의 이행 로드맵이 있을 것이고 신고, 사찰 등 협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보다 장기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금강산, 개성 재가동이 실현되는 시점을 '연내'라고 잘라 예상하긴 어렵다.

-기존 경협 재개 이상의 본격적 대북 투자가 가능하려면 어느 수준의 제재완화가 필요할까
▶안보리 제재와 달리 미국의 독자제재 완화는 상당히 어렵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후 내려진 대북 제재 행정명령 및 안보리 제재를 모두 포괄해 법으로 2016년 제정한 대북제재강화법을 폐기하려면 ‘모든 정치범 석방, 개방적·대의적 사회건설’을 달성해야 한다.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미 대통령이 권한을 가진 유예(웨이버) 조항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유예를 위한 조건 달성조차도 만만치 않다. 유예 조항을 십분 활용해 한시적으로 제재를 피해도 대북 투자를 위해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시장화를 지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 법 중 대북제재 관련 법은 간접적 법을 포함해 최소 16개다. 이 중엔 대량살상무기(WMD)뿐 아니라 북한의 체제를 제재 사유로 둔 것도 상당하다.

브레튼우즈협정법은 공산주의 국가의 국제통화기금(IMF) 원조를 금지했는데, 원조 금지가 사실상 가입 금지와 동격으로 쓰이는 관례상 북한의 IMF 가입을 막는 법이다. 북한은 비(非)시장경제국이어서 미국 무역법에 의거해 110%의 복관세율을 적용 받는다. 사실상 대미 수출을 막는 법이다.

<제재 일부 완화 시 의류 등 대기업 임가공 다시 활발해질 수도>

-선례를 볼 때 금강산, 개성이 가능해지는 제재의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다른 경협 사업은?
▶평양에서 우리 대기업들이 했던 임가공 사업이 활발해질 수 있다. 1990년대 초 우리 정부가 대북 경협 문턱을 낮춘 것을 계기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의류업을 영위하는 대기업들이 1990년대부터 평양에서 위탁가공으로 의류를 생산했다. 당시 제일모직의 옷 상당량이 '메이드인 DPRK(메이드인 북한)'라고 적힌 평양산이었다.

대기업들은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을 상당히 선호했다. 초기 전수조사를 했지만 2000년대 말엔 검수를 따로 하지 않을 정도로 불량률이 ‘제로’에 가깝게 떨어졌다. 여기에 임가공은 투자 개념인 개성공단과 다르게 일부 원자재만 대주고 완제품을 가져오는 것이라 사업상 리스크도 거의 없다.

2009년 북한 소행으로 추정됐던 디도스 사건을 계기로 2010년 5.24 조치 이후 우리 대기업의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북한은 수출 대상국을 중국으로 전환했다. 최근 대북제재 강화 전까지 북한의 의류 위탁가공 수준은 급성장했다.

-함경남도 단천의 광산을 개발하는 단천지하자원개발사업도 2007년 시작단계에서 중단됐다.
▶전문가 조사결과 지하자원 매장량은 풍부하지만 채굴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이 상당한 규모로 필요한 상태였다. 도로, 항만 등을 새로 건설해야 해 경제성 측면에선 떨어진다. 다만 지하자원 개발은 남북 경제통합에서 중요하고, 중국의 개발권 보유를 선점한다는 의미가 있어 표면적 경제성으로만 접근할 사업이 아니다. 총체적인 편익 분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