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맵-정치적 보장'…문정인이 전망한 '하노이 선언' 살펴보니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9 한반도 정세전망' 강연에서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전망하고 있다./사진=권다희 기자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가 15일 북미 비핵화 협상의 쟁점으로 '비핵화의 순서'를 지목했다. 또 미국은 비핵화 로드맵과 시간표를 원하고 북한은 정치적 보장과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군사적 불가침 보장을 원할 것이라 내다봤다

문 특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9 한반도 정세전망' 강연에서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전망하며 이 같이 설명했다.

◇美 "핵폐기 먼저" vs 北 "행동 대 행동하자"…쟁점은 비핵화 순서=문 특보는 북미 간 현재 쟁점으로 비핵화의 순서를 언급했다. ‘북한이 먼저 핵을 폐기하면 보상해주겠다’는 미국의 기본입장과 '행동 대 행동으로 동시 교환하자'는 북한의 입장이 맞서 기싸움이 계속 된다는 게 골자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측과 실무협상에서 접점 찾으려는 것도 이 대목일 것이란 관측이다.



문 특보는 "미국의 대북 정책을 주도하는 이들이 '검증원리주의자'들이다"며 "이들은 북한이 동결을 하면 동결한 것에 대해 북한이 신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핵시설, 핵물질, 탄도리스트 등의 수량, 위치, 성능 등을 선제적으로 신고하란 얘기다.

신고하면 비(非)군사분야는 국제원자력기구가 사찰하고, 핵무기 등 군사적 부분은 미국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사찰을 하게 된다. 동결, 신고, 사찰 다음 단계는 검증이다. 매우 기술적이고 정교한 이 검증이 끝나야 폐기가 결정된다고 보는 게 미국의 전통적인 대북 정책관이라는 것이다.

반면 북한의 입장은 신고와 사찰을 선제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직 북미는 적대관계인데, 시설, 물질, 핵무기, 탄도미사일 수량 위치를 전부 적어서 신고하는 건 미국에 공격리스트를 주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수립한 후에야 신고와 사찰을 논의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미 정보당국에선 북한의 핵무기를 60~65개로 추정한다. 그런데 최근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 대학 교수 등은 북한의 핵보유 규모를 35~37개로 봤다. 북한 입장에선 60개 이하로 신고할 때 미국이 북한을 불신하며 협상 판이 깨지는 상황을 우려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센토사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합의문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2018.6.12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美 비핵화 로드맵·시간표 필요…北은 정치적 안정·군사적 불가침 요구할 것=문 특보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게 '로드맵과 시간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핵시설, 핵물질, 핵탄두를 올해 말이나 내년 말 등 구체적 시한 내 언제, 어떻게 폐기하느냐에 대한 계획이 중요하다"며 "북미 정상의 합의가 구속력을 갖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로드맵과 시간표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검증가능한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우선적으로 원하는 상응조치는 북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정치적 보장'이란 게 문 특보의 진단이다. 다음으로는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로 시작될 수 있는 북미 국교수교다. 그 다음 북한이 미국에 원할 수 있는 게 군사적 보장이다.

군사적 보장은 한미 연합훈련을 계속 중단하고,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진배치를 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로 구체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북한은 미국에 불가침에 대한 협약을 맺자고 요구할 수 있다. 핵포기를 대가로 미국과 군사 동맹은 못해도 군사적 협력관계까지는 체결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이 원하는 건 경제적 보장이다. 경제적 보장의 핵심은 대북 경제제재를 완전히 또는 부분적 해제하는 것이다. 또 국제사회 정상적 일원이 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가입 시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달라는 것도 북한이 바라는 바다. 더 나아가 북한이 원하고 트럼프가 계속 강조하는 국제 투자와 무역 활성화다. 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위성을 위한 로켓 개발 등도 북한이 제안할 수 있는 상응조치로 예상했다.


이 같은 북미간 이견 사이에서 문 특보는 미국이 북한에 영변 시설 플러스 알파, 즉 영변 이외에 은닉한 농축우라늄 시설 등을 신고·사찰하라고 요구할 수 있고, 이 요구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보상 정도도 정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