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요금 올랐지만 미터기는 '먹통' 이유는...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택시 기본요금이 인상된 1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택시 안 미터기 옆에 요금조견표가 붙어 있다./사진제공=뉴스1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는 16일 오후 택시를 이용한 뒤 평소처럼 티머니 카드로 요금을 결제하려 하자 택시기사가 결제를 막았다. '잠깐 기다리라'고 했지만 김씨는 결제창으로 넘어가는 대기시간이 끝났다고 생각해 바로 카드를 갖다댔다. 기사는 아직 미터기에 택시요금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요금 조견(변환)표를 꺼냈다. 결국 김씨는 미터기 요금 차액을 현금으로 지불해야 했다.

16일부터 서울 택시 요금이 인상됐지만 정작 운행 중인 택시는 아직 요금미터기를 조정하지 않은 채 운행하고 있어 기사와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새벽 4시 탑승 건부터 서울택시(중형) 기본요금(2㎞)이 주간 3800원, 심야 4600원으로 인상됐다. 지난 2013년 10월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오른 이후 5년 4개월만이다.

서울시는 이달 6일 택시요금 인상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일찌감치 택시요금 조정을 홍보했지만 정작 시행 첫 날 서울택시의 요금미터기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손님을 맞았다.

이같은 혼란이 일어나게 된 것은 서울시가 보안상의 이유로 미터기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장소를 △서울대공원 △월드컵공원 △남양주시 별내동 △살곶이체육공원 등 4곳으로 한정해 안내했기 때문이다.

미터기는 부당요금 징수를 막기 위해 택시기사가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 택시 기사나 회사 측이 택시 미터기를 임의로 조작하면 자동차 관리법 제7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택시 기사들은 서울시가 공인한 60여개의 미터기 제작·수리업체에서만 미터기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택시 한 대당 미터기 업데이트에 걸리는 시간을 약 30분~1시간 정도로 보고 있다.

서울시 측은 "16일부터 보름에 걸쳐 7만여대 서울택시의 요금미터기 조정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특정 장소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주차공간이 충분한 장소로 작업장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터기에 새로운 요금제를 적용하기 위해선 지정 작업장에서 기존 기기의 잠금장치를 풀고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 택시 미터기에 인상요금이 반영되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