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들 온건파 한사협行…에듀파인 갈등 '새 국면'

박영란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 이사장./ 자료사진=뉴스1

국가회계관리프로그램 '에듀파인'을 둘러싼 교육당국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간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사립유치원들이 신규단체인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로 몰려들고 있다. 설립 일주일 만에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 4곳 중 1곳이 가입을 신청했다. 에듀파인 갈등이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17일 한사협 및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800여명이 한사협에 입회를 신청하며 회비를 납부했다. 한사협은 지난 11일 서울시교육청으로 부터 설립 허가를 따낸 비영리 민간 사립유치원 단체. 현재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이 3200여개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4곳 중 1곳이 한사협과 손을 잡은 셈이다.


한사협은 한유총 내 온건파로 분류되던 박영란 전 서울지회장을 주축으로 꾸려진 단체다. 박 전 서울지회장이 이사장을 맡았다. 광주지회장이던 백희숙씨와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 설립자인 장현국씨가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한사협이 빠르게 세를 확대하면서 이번 주 사립유치원 에듀파인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새 국면을 맞을지에 주목된다.

교육계에서는 개학을 코앞에 둔 만큼 한사협을 중심으로 교육당국과 사립유치원 간 대화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사협은 오는 18일 서울역 인근에서 지역 분회와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첫 이사회를 개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설립 승인과 함께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게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면담을 신청한 상태다.

사립유치원들은 지난주 서울시교육청이 에듀파인 미도입 시 전 교원에 대한 지원금은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유치원 운영 및 재정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올해 기준 서울시 사립유치원의 교원 지원금 52만원. 이는 교원 월급의 약 30%를 차지하는 만큼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면 유치원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립유치원들이 한사협으로 이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유총과 교육청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사실상 대화가 단절돼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서울시교육청과 한유총 간 대립은 극에 달한 상태다. 한유총은 정부가 교사를 빌미로 사립유치원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릴레이 시위를 펼쳤다. 연일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도 쏟아내고 있다.

교육당국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교육청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에 한유총 전·현직 간부와 회원들을 정치자금법, 개인정보보호법, 국가공무원법 위반,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한유총이 '유치원 3법' 저지를 위해 특정 국회의원에게 '쪼개기' 후원을 알선한 의혹에 대한 조치다. 앞서 교육청 조사에선 한유총 일부 회원이 실제 후원금을 보냈고, 이를 안 국회의원 측에서 돈을 돌려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한사협 측은 "무엇보다 에듀파인 도입과 관련해 유치원들의 오해가 많은 상황"이라며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교육당국과 사립유치원에 맞는 회계처리 기준을 만들어 사태를 해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