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애플, '말하는 바비'기술로 스마트홈 돌파구

애플의 스마트스피커 홈팟. /AFPBBNews=뉴스1

최근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위기에 빠진 애플이 스마트홈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16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애플은 전날인 15일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풀스트링'을 인수했다. 풀스트링은 마텔사의 인기 장난감인 '바비 인형'과 '탱크 기차 토마스'에 말하는 기능을 넣어 유명해진 기업으로, 지난 2016년 이후에는 음성인식 앱 개발자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판매해왔다.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아마존의 음성인식 AI인 알렉사와 구글의 어시스턴트 등과 연동할 수 있는 앱을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


애플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의 앱 개발 플랫폼을 강화, 스마트 스피커·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는 계획이다. 현재 애플의 스마트 스피커 '홈팟'은 아마존·구글·애플 3사의 스피커 중 AI의 역량은 물론, 앱 개발 생태계도 가장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 스피커 시장의 선발주자인 아마존과 구글은 이미 앱 개발 생태계를 구축했다. 스피커를 활용해 자사 장비를 관리하는 스마트홈 장비업체들은 주로 에코와 구글 홈을 통해 음성인식 앱을 제작 및 유통하고 있다. 에코와 구글 홈의 시장 점유율이 홈팟보다 높은데다가 사용하기도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CIRP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아마존 에코는 미국 스마트스피커 시장의 70%, 구글 홈은 24%를 차지했다. 애플의 홈팟은 6%에 불과했다. 이에 소등, 난방, 배달, 스마트락 등 다양한 서비스가 에코와 구글 홈을 통해 제공되면서 이들의 스마트홈 시장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후발주자인 애플은 '시리키트'라는 앱 개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지만 사용하기 복잡하며 그 기능도 다양하지 않다고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전했다. 결국 개발자들이 시리키트를 외면하자 애플이 아마존과 구글을 따라잡기 위해 플랫폼 개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테크크런치는 "(풀스트링 인수로) 더 많은 개발자들이 애플 제품에 사용할 앱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애플은 스마트홈 사업 확대를 위해 이날(16일)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 출신인 샘 자달라를 자사 스마트홈 사업의 최고책임자로 고용하기도 했다. 자달라는 스마트락 스타트업인 '오토'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던 인물이다. CNBC는 "(자달라 채용은) 애플이 스마트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평가했다. 애플은 이외에도 스마트홈 사업에 여섯 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애플은 스마트 스피커·홈 투자를 통해 최근 부진한 아이폰 대신 애플의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아이폰 매출은 최근 몇 년간 둔화세를 보였고,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이 전년대비 15% 감소한 519억8000만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애플은 최근 애플뮤직, 앱스토어 등 서비스 및 플랫폼 사업에 집중해왔다.

특히 홈팟에서는 애플뮤직만 이용 가능하다. 스포티파이나 유튜브 등 다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다. 미국 IT매체 애플인사이더는 "애플이 홈팟을 통해 애플뮤직 서비스를 확대하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