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3.0' 업그레이드 나선 현대제철...비철강 '킬러 콘텐츠' 확보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현대제철 (31,450원 ▼150 -0.47%)이 본업인 철강 경쟁력 강화와 비철강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다. 현대하이스코 합병으로 쇳물부터 열연, 냉연 강판 생산을 일원화한 2015년 이후 본격적 체질 전환이다. 이런 투트랙 전략으로 영업이익 1조5000억원 '박스권'에 갇힌 한계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생산·기술 부문 담당사장 직책을 새로 만들고 포스코 (392,500원 ▼3,500 -0.88%) 광양제철소장과 포항제철소장을 역임한 안동일 사장을 선임했다.


안 사장은 포스코의 양대 제철소장을 역임한 제철설비 및 생산분야 전문가다. 충북 제천 출신으로 청주고와 부산대 생산기계공학과를 나왔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34년간 포스코 현장에서 근무하고 지난해부터 자문역으로 물러난 상태였다. 현대제철 사장에 포스코 출신 인사가 영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 사장 영입은 철강·비철강 경쟁력 동반 강화 전략 가동의 신호탄이라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철강 전문가 안 사장이 수익성 높은 고급강판 생산과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현대차그룹 전략을 담당했던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이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구조다.

안동일 현대제철 신임 사장

본업인 철강 부문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배치해 최고경영자(CEO)가 철강 외 영역에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 육성할 공간을 만든 것은 큰 틀에서 포스코식(式) 경영체제와 비슷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그룹이 추진하는 수소전기차 사업에서 연료전지 핵심 부품과 수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은 상태"라며 "그동안 철강에만 주력하던 현대제철이 비철강 영역에서 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시작한 단계로 안 사장 영입에 따라 김 부회장은 비철강 부문에 보다 관심을 쏟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이 같은 체질 전환은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 후 현 체제가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진행됐다.

합병은 철강 생산 효율성과 매출 확대로 연결됐지만, 회사 영업이익은 2014~2018년 5년째 1조5000억원의 벽을 뚫지 못하고 있다.

합병으로 탄생한 초대형 철강사를 앞세운 중국 업계 체질 변화에 따라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규모의 경제가 통하지 않는 글로벌 철강 시장 판도 탓이다. 한국의 포스코와 일본 고베제강 등도 고품질 철강제품 개발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한편 비철강 부문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이유다.

체질 개선에 나선 현대제철의 최대 과제는 캡티브 마켓(계열사 간 내부 시장) 극복이다. 현대제철 영업이익의 절반 가량은 현대·기아차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안정적 실적 확보가 가능하지만, 계열사 영업 둔화가 곧바로 전이 되는 문제도 최근 현대·기아차 부진을 통해 확인됐다. 현대제철이 현재 비철강 미래먹거리 영역에서 추진 중인 수소연료전지 관련 사업도 당장은 계열사 사업 테두리에서 진행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래 신소재 등 비철강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는 한편, 고품질 철강 제품 라인업 강화로 글로벌 고객사 매출을 늘려야 체질 개선의 의미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고로 전경/사진제공=현대제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