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더 받냐, 요금 못내겠다"…택시인상 미터기 혼란

17일 오전 서울의 한 택시 안. 기사가 뒷자석에 새 기준의 '요금 조견표'를 걸어뒀다./사진=박가영 기자

"택시요금 오른 건 아시죠? 추가 요금 1300원 더 내셔야 합니다"


17일 오전 성북구 안암동에서 수유역까지 택시를 탄 김모씨(21)는 택시기사와 승강이를 벌였다. 택시기사가 7600원이 찍힌 미터기를 조작해 8900원을 내라고 요구했기 때문.

아직 택시 미터기가 새 요금 기준을 적용하지 못해 기사가 직접 요금을 조작해야하는 탓이다. 당황한 김씨가 항의했지만 기사는 "어제부터 기본료가 인상된 새 요금제가 적용됐다"며 임시로 표시된 새 기준의 '요금 조견표'를 내밀었다. 김씨는 "택시비가 한번에 너무 많이 오른 것 같다"며 "미리 알았다면 택시를 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16일 새벽 4시부터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되면서 시내 곳곳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새 요금기준이 미터기에 미반영되면서 기사와 승객 간 혼선이 잇따랐다.

추가요금 입력 전 승객이 습관적으로 리더기에 카드를 태그하거나, 기사가 추가요금 계산이 서툰 탓에 결제 시간이 지체되면서다. 일부 택시기사는 카드기에 손님이 먼저 찍는 것을 막고자 카드리더기에 종이를 붙여 놓거나, 뒷좌석에 승객이 보도록 요금 조견표를 걸어두기도 했다.


강남역에서 노량진역까지 택시로 이동한 승객 정모씨(28)는 "미터기 조정을 제때 안 할 거면 추가요금 입력방법을 확실히 숙지해놨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바쁘게 내려야 해 카드를 갖다 댔는데 기사가 '추가요금 내기 싫어 일부러 그런 것'같다고 말해 불쾌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배영용씨(57)는 "인천으로 가는 승객을 태웠는데 총요금 3만700원 중 추가요금 3300원을 내지 않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700원을 깎아 3만원만 받았다"고 말했다. 배씨는 "승객과 승강이로 힘들다"며 미터기 조정이 오늘에라도 가능하면 하루종일 서서 기다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시는 버스, 지하철 요금과 달리 택시 미터기는 원격으로 조정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자동차관리법 등이 개정돼야 한다는 게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시청이 공인한 미터기 제작·수리 업체 60여곳을 방문해 수작업으로 미터기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는 충분한 주차 공간 확보가 가능한 서울대공원·월드컵공원·남양주시 별내동·살곶이체육공원 등 4곳을 지정해 이달 18일~28일까지 하루 약 8000대씩 총 7만 2000여대의 서울시 등록 택시의 미터기 업데이트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요금 원격 조정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도입되면 이번과 같은 혼선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금인상 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대학생 강모씨(26)는 “정부가 지나치게 요금을 인상했다”며 “물가가 다 오르는 가운데 택시비마저 올라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 시 네 번 중 한번 꼴로 택시를 탔었는데 아무래도 이용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택시 서비스 질 향상 없이 요금만 오른다는 불만도 잇따랐다. 직장인 박모씨(30)는 "운전을 거칠게 한다거나 담배, 음식냄새 등으로 타자마자 멀미나는 택시들도 많다"며 "요금이 오르는 만큼 서비스도 좋아져야 하는데, 요금만 오른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