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시위'… 집단이기주의? 기득권과의 투쟁?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열린 '전국법학전문대학원 총궐기대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육 정상화,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궐기대회를 통해 "변호사 시험이 애초 도입취지와 달리 사법시험과 같은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운영되면서 합격률이 매년 하락하고 있다"고 밝히고, 법학전문대학원 교육 정상화,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등을 촉구했다./사진=이재은 기자

"로스쿨을 정상화하라!"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정상화하라!"

18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전국 총궐기 대회가 청와대 앞 사랑채 인근에서 열렸다. 전국 로스쿨 학생협의회와 로스쿨 재학생·졸업생들은 로스쿨을 마치고도 둘 중 한 명도 합격하기 힘든 변호사 시험을 비판하면서, 합격률을 높일 것과 로스쿨이 설립될 당시의 본래 취지를 정상화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로스쿨 변시 합격률 87%에서 49%로 뚝↓…"자격시험화하라"
이날 오후 3시, 로스쿨 전국 총궐기 대회 참여를 위해 약 400~500여명(주최측 추산)이 청와대 정문 앞에 모였다. 이 자리에선 이석훈 법학협 의장, 황윤정·박기태·신하나·류하경·오현정·김정환 변호사, 김창록·한상희 교수 등의 지지발언과 인사말 등이 이어졌다. 궐기 대회 참석을 위해 고려대·영남대·연세대·경북대·제주대·부산대 등 전국 각지의 로스쿨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열린 '전국법학전문대학원 총궐기대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육 정상화,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궐기대회를 통해 "변호사 시험이 애초 도입취지와 달리 사법시험과 같은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운영되면서 합격률이 매년 하락하고 있다"고 밝히고, 법학전문대학원 교육 정상화,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등을 촉구했다./사진=이재은 기자

오는 4월26일 제8회 변호사시험(변시)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변시를 '자격시험화'해 합격률을 높일 것을 요구하는 집회였다. 즉 로스쿨은 본래 고시 등 '시험'이 아닌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변시가 자격시험이 아닌 선발시험으로 변질됐고, 응시자 대비 변시 합격률이 2012년 87%에서 지난해엔 49%까지 추락하면서 과거 사시체제로 회귀하고 있다고 항변한 것이다.

합격률이 낮아지는 건 매년 불합격자가 다시 변시에 도전하면서 응시자 수가 늘고 있지만 합격인원(1500명)은 제한한 탓이다. 이들은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변호사 시험 합격 기준을 응시자 대비 75%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며, 그래야 로스쿨 학생들이 자신의 배경과 특성을 살린 공부를 해, 특성화·전문화 된 법조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로스쿨 학생들, 금수저 아냐"… 국민 지지 호소
낮은 합격률을 야기하는 건, 법조계에 진출한 '기득권층'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이들이 변시 합격자수를 제한해 사회에 더 많은 변호사가 배출되는 것을 막고 있다는 것. 또 이를 통해 국민의 법률 서비스권이 제한되고 있다면서 대국민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경북대 로스쿨 3학년 재학생 A씨(33)는 "로스쿨 설립 취지 자체가 '더 가까이 있는 변호사'를 '많이' 만들자는 것이었다"면서 "변호사 시험 합격인원을 정해 인위적으로 변호사 수 배출을 제한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 국민들이 더 다양한 법조서비스를 받게 되는 것"이라면서 "변호사 수를 적게 유지해서 이미 법조계에 진출한 이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시를 '자격시험'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로스쿨에서 현재 공부하는 건 과거 사시 공부와 한치의 차이도 없다. 로스쿨 설립 취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변시를 '자격시험화' 해야한다"고 밝혔다. ㄱ는 '자격시험화'했을 경우 전반적 수준 저하의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되는 데 대한 '국가고시'는 이미 '자격시험화'돼있다. 그럼에도 국민이 그들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다"면서 자격시험화돼야함을 강조했다.

경북대 로스쿨 졸업생 최모씨(32)도 "본래 로스쿨 설립 취지가 변호사가 가져야 할 다양한 소양을 3년간 공부하고, 그 뒤엔 (선발시험이 아닌) '자격 시험'을 통해 변호사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현재는 변시 합격률이 매우 낮기에 다른 소양을 키울 시간이 사라졌다. 그저 3년 내내 변시 합격을 위해 암기만 해야하는 시스템이 됐다"고 말했다.

◇"집단이기주의 아니냐"…부정적 시선도
하지만 국민적 호응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직장인 한모씨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높여달라고 요구하던데, 이는 공무원 시험 준비자가 많으니 무리해서 공무원을 많이 뽑고, 다 의과 대학을 가고 싶어하니 의대 합격 학생을 늘리라는 수준으로 들린다"면서 "집단이기주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배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대표가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연 '전국법학전문대학원 총궐기대회' 맞은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대표 이종배씨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실력이 사법고시 출신에 비해 형편 없어 국민적 반감이 상당하다"면서 "공무원 시험 합격률이 2%인 판에, 변호사 시험 합격률 50%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70~80% 수준을 요구하는 건 '후안무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로스쿨 학생들은 대부분 금수저 학생들로, 사법고시 등이 가능케했던 계층 이동을 처음부터 차단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스쿨 학생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전국 로스쿨 학생협의회 관계자이자 영남대 로스쿨 졸업생인 C씨는 "로스쿨에 '금수저' 학생들이 몰려있다는 건 오해"라면서 "나도 그랬듯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에 생활비 대출, 마이너스 통장까지 받아서 온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이 같은 오해를 풀고, 로스쿨 학생들의 편에 서서 지지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