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심장' TK 대결 황·오·김…"총선 압승 내가 적임자"

자유한국당 2.27전당대회 당 대표에 도전하는 김진태(왼쪽부터),오세훈, 황교안 후보가 1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아 들어보이며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자유한국당 당권주자들이 18일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의 당원 민심 잡기에 나섰다. 합동 유세를 위해 대구를 찾은 황교안·오세훈·김진태 후보(기호 순)는 각자 TK의 소외감과 정부를 향한 분노를 자극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황 후보는 이날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한국당 전당대회 후보자 2차 합동 연설회에서 "전국 예산이 다 늘었는데 대구·경북 예산만 깎였고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반토막이 났다"며 지역 민심을 자극했다.

황 후보는 "울진 신한울 원전도 대통령 한 마디에 올스톱 됐다"며 "울진과 경북에 들어갈 돈 몇천억을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황 후보는 "TK가 지켜온 보수 우파의 자존심을 일으킬 사람은 자신"이라며 "한국당을 당당한 수권정당, 이기는 대안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총리 출신' 황 후보는 경제 살리기를 내세웠다. 황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무너진 경제부터 챙기고 문재인 정권의 '엉터리' 경제 정책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과도한 근로시간 규제부터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일으켜 세우고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금지하는 것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로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겠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TK 출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 회복을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오 후보는 '개혁보수'를 자처하는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내년 총선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있고 두 전직 대통령의 명예 회복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업적을 높이 평가하며 TK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TK의 인식 변화도 강조했다. 오 후보는 "경북 구미 박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을 때 방명록에 '민족중흥'이라고 썼다"며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가 오늘 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여전히 친박 논쟁에 머물러 있다"며 "대구·경북은 더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대구·경북을 4차 산업혁명의 메카로 만들어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이를 위해 자신을 '전략적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오 후보는 "지난 대선을 한번 생각해 보면 보수 분열은 백전백패"라며 "이것이 제가 '개혁보수'로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중도층 속으로 확장해 들어가야 내년에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다소 어설픈 대구·경북 사투리로 연설을 시작하며 TK 지역민의 호응을 유도했다. 김 후보는 "'성주의 아들 진태' 인사드린다"며 "TK 여러분이 계셔서 작년에 우리 당이 살았다"고 말했다.

김 후보 역시 전임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했다. 김 후보는 "(TK가)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오도록 했다"며 큰절을 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는 변변한 대기업 하나 없고 이곳 출신 전직 대통령(이명박·박근혜) 두 분은 고초를 겪고 있다"며 "지역 당원들과 애국 시민들이 얼마나 속이 상하겠나"라고도 말했다.

김 후보는 "이런 난세에 꼭 필요한 지도자 자질은 용기와 애국심"이라며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 여러분이 여기서 확실하게 결론 내 달라"며 "확실한 우파 정당을 만들어 문재인 정권과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회에서 후보 간 신경전도 눈에 띄었다. 오 후보는 황 후보의 '대세론'을 의식한 듯 "수도권 선거를 포기하지 말아 달라"며 "탄핵 총리로는 수도권 필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서울)시장직도 던졌다. 9년 동안 죽어 있었다"며 "보수의 가치를 지키다 쓰러진 장수를 내치지 말아달라"고 외쳤다.

김 후보는 황 후보와 오 후보를 겨냥해 "촛불에 놀라 다 도망갈 때 끝까지 당을 지킨 사람이 누구냐"고 말했다. 두 후보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뒤늦게 입당·복당해 주자로 나선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왔다 갔다 하는 사람, 기회 보는 사람은 할 수 없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연설회 현장에서는 지지자들의 신경전도 이어졌다. 행사장에는 소위 '태극기 부대'가 몰려들어 시작부터 욕설과 고성이 오고가는 등 혼란을 빚었다. 이들은 연설회 개시 전 연단에 오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XX놈아" 등의 욕설을 퍼부으며 "5·18유공자 명단공개"를 요구했다.

야유를 보낸 이들 대다수는 김진태 후보를 지지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던 당원들이었다. 5.18 망언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당 윤리위에 회부한 김 위원장을 향한 일부 당원들의 불만 표시였다.

일부 당원들은 이날 연설회 시작 전 행사장 앞에서 5.18 망언 논란을 일으킨 김진태·김순례 의원 제명을 촉구하는 진보단체와 경찰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기도 했다.